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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의외의 결정 같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그분은 정진석 추기경의 충실한 대변자로 신뢰를 받아왔습니다.” 10일 오후(한국시간) 로마교황청이 천주교서울대교구의 14대 새 교구장에 임명한 염수정(69·사진) 주교에 대해 교구의 한 관계자는 이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염 주교가 정진석 추기경(81)에 이어 500만 한국 가톨릭 교단의 실질적 구심인 서울대교구장으로 낙점 받은 데 대해 교단 안팎에서는 ‘뜻밖이다’ ‘당연한 결과다’ 등 반응이 엇갈린다. 그가 2002년부터 서울대교구 총대리주교로서 정 추기경의 의중을 실행하는 최측근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로마 가톨릭에서는 전세계 각 교구의 성직자 인사에 대해 공식 발표 외에는 함구해왔다. 유력한 교구장 후보나 구체적인 인사 배경은 설명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국내 교계에서는 지난해 정 추기경의 교구장 사임이 촉박했다는 말들이 흘러나오면서, 염 주교를 포함한 주교 4명이 후임 교구장 후보로 꼽혀왔다. 로마에서 오랫동안 수학한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61)와 교단 안 진보적인 목소리를 대변해온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67), 국내 최초로 교황대사(아프리카 우간다 주재)가 된 엘리트 성직자인 장인남 대주교(63)가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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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엔 로마 교황청과 인맥이 두텁고 중도적 성향을 지닌 유흥식 주교와 장인남 대주교가 유력하다는 평들이 많았지만, 명동성당 재개발이 본격화한 지난해 말부터 염 주교의 임명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서울대교구에서 입지를 다지며, 명동성당 재개발 등의 궂은 대사들을 묵묵히 추진해온 경력이 결국 서울대교구장에 오르는 데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10년 가까이 정 추기경과 긴밀히 조율하면서 교단 내부의 여러 현안들을 도맡는 행정역량을 보여주었고, 현 정부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교구 운영의 안정성 측면에 교황청이 힘을 실어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강우일 주교는 제주 구럼비 공사와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일관되게 천명하는 등 사회적 발언을 높인 것이 인선에 걸림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교단 관계자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총대리주교로서 정 추기경의 보수적인 정책과 철학을 대변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6월 대주교 착좌식을 갖고 교구장에 취임하더라도 보수적인 정책기조는 변하지 않거나 더 강화될 것이라고 교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소장파 사제들과 가톨릭 운동단체들과는 현재의 정 추기경처럼 미묘하고도 불편한 관계가 지속될 전망이다. 염 주교는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 등의 이사장을 맡아 불우한 이웃을 돕는 복지 활동에 주력해왔고, 또 2005년 발족한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성체줄기세포 연구 치료를 지원하는 생명문화운동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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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염 주교는 교구장에 오르는 대로 조만간 추기경에 서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 추기경은 직위를 종신직으로 유지하지만, 지난해 말 만 80살이 되어 교회법에 따라 추기경회의(콘클라베)의 교황 선출권을 잃었다. 따라서 서울대교구장의 위상을 감안한다면, 실질적 권한을 지닌 추기경 서임이 빨리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교단 쪽은 보고 있다.

노형석기자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