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어린이 소설 ‘타라 덩컨’ 작가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

<해리 포터>는 알아도 <타라 덩컨>은 모른다? 그렇다면 요즘 아이들의 ‘정신세계’에 조금 무심한 어른 혹은 부모일 수 있다. 프랑스에서 날아온 판타지 소설 <타라 덩컨>(소담 펴냄>)이 어린이·청소년들이 누비는 인터넷세상에서 입소문으로 번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까지 1~6권이 국내 출간되어 33만여부가 팔려나갔다.

<타라 덩컨> 시리즈의 작가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49·사진)이 한국에 왔다. 11일 서울국제도서전 주빈국인 프랑스의 초청작가 중 한 명으로 서울에 온 그를 만났다. 그는 2003년 프랑스에서 첫 권이 나오기까지 무려 17년 동안, 출판되리라는 기약도 없이 이 시리즈를 집필했다고 했다. “1987년부터 4년간 첫 권을 완성해 91년 출판사에 보냈는데 거절당했어요. 그들은 마법 이야기는 인기가 없다고 했어요. 그 뒤 97년 <해리 포터>가 세상에 나와 인기를 끌자 출판사들이 판타지 소설이 장사가 된다는 걸 깨달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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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설움’을 겪는 탓인지 그는 프랑스 문단의 풍토를 강하게 비판했다. “나는 요즘 프랑스 작가들이 바보라고 생각해요. 프랑스에도 한때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처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들이 많았어요. 언젠가부터 작가 개인의 감정과 심리에 밀착하면서 독자로부터 멀어졌어요. 나는 바로 이런 것을 바꾸고 싶었어요. 큰 서사와 줄거리를 구사하는 일이 흥미롭다고 생각해요. 70년대에 <스타워즈>가 나왔을 때 사람들이 우주 서부극 어쩌고 하며 내려다봤지만 이제는 고전이 되었어요.”

<타라 덩컨> 시리즈는 어느 날 자신의 초능력을 알게 된 열두 살 소녀 타라 덩컨이 태양계 마법 행성 ‘아더월드’(오트르몽드)와 지구를 오가며 겪는 모험담을 담았다. <해리 포터>에 견줘 이야기 스케일이 훨씬 방대하다는 평을 듣는다. 프랑스에선 60만부가 판매됐고, 독일·스페인·일본 등 12개 나라에서 번역 출간됐다. 이 시리즈의 첫 권은 프랑스와 미국 등 4개국 합작으로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 작가의 방한에 맞춰 시리즈의 7권 <유령들의 습격>(상·하)이 국내에 출간됐다. 2013년엔 전 10권으로 완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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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은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프랑스인이지만 ‘아르메니아 왕위 계승자’라는 독특한 프로필을 지녔다. 말마디마다 유머를 섞는 대화로 주변을 웃길 줄 아는 그는 11일 저녁 서울 충정로의 프랑스대사관저에서 열린 도서전 주빈국 축하연에서도 자신을 “소피 공주”라고 소개했다. 아르메니아는 91년 옛소련에서 독립한 대통령제 국가인데, 그의 가족은 19세기에 터키의 점령을 피해 망명한 왕족이라고 했다. 그루지야와 러시아에서 살다가 1917년 혁명 이후에 프랑스에 정착했다. “증조할머니-할머니-어머니의 뒤를 이어 제가 왕위 계승자입니다. 아르메니아는 딸들로 왕위가 계승되던 나라랍니다.” 

 그는 오래전부터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한국 어린이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13일 서울 매동초등학교 아이들을 만날 기대에 부푼 듯했다. “한국 어린이들이 <타라 덩컨>을 읽고 편지를 굉장히 많이 보내와요. 제가 살고 있는 문화에 속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제 책이 즐겁게 읽힌다는 것이 몹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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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