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미술잡지의 기사로 진위 논란에 휩싸인 박수근의 <빨래터>가 재감정에 들어간다.
지난해 경매에서 이 작품을 중개한 서울옥션은 3일 한국감정가협회에 감정을 맡겨 진위를 가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옥션 심미성 홍보이사는 “감정의 객관성을 위해 제3의 기관인 한국감정가협회에 감정을 맡기기로 했다”면서 일단 구두로 의뢰했으며 협회에서 날짜를 잡아 알려오면 수장가한테서 작품을 받아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이사는 “협회에서는 작품 자체뿐 아니라 작품의 출처와 유족의 의견 등을 종합해 진위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전문가와 유족들을 통한 자체감정에서 진짜임을 확인했지만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절차라고 덧붙였다.
박수근의 <빨래터>는 1월 1일치 격주간 미술잡지 <아트레이드>가 가짜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이 잡지 류병학 주간은 ‘대한민국 최고가 그림이 짝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제의 <빨래터>가 △황, 적, 흑, 백 등의 색깔이 두드러지고 △물줄기 선이 마티에르(질감)가 아닌 단순한 선으로 그어져 있는 등 박수근의 다른 작품들과 다르다면서 진위감정을 받으라고 권고했다. 류 주간은 또 문제의 작품이 <박수근 도록>(시공사, 1995)에 공개된 또다른 <빨래터>의 일부를 잘라낸 것처럼 보인다면서 서울옥션에서 이를 비교대상에서 일부러 누락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옥션은 “비전문가의 비상식적인 명예훼손”이라면서 추가감정과 함께 법적대응 의사를 밝혔다.
박수근의 <빨래터>는 지난해 5월 서울옥션의 106회 경매에서 45억2000만원에 팔려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액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서울옥션은 소장자는 군속으로 한국에서 근무했던 미국인으로 박수근에게 물감 등 재료를 제공하는 등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이 작품을 받았다고 밝히고 작품과 함께 화가로부터 받은 엽서도 함께 공개했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