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감동(兪甘同)은 40여명의 남자와 간통을 한 혐의로 투옥되었다. 600여 년 전 세종 9년의 일이다. 처음엔 5명이던 간통남(奸夫)이 계속 늘어나는 바람에 한 달이 넘도록 조정과 재야가 벌집 쑤신 듯했다. 그녀의 간부로는 대부분 관직에 있는 자들이었는데, 재상들도 있었다. 유감동 또한 높은 신분의 부녀로, 지금으로 치면 명예서울시장 정도인 검한성윤(檢漢城尹) 유귀수가 아버지고 평강 현감 최중기가 남편이었다. 그녀의 입을 통해 간통남의 이름이 줄줄이 끌려나오는데, 사흘 거리를 두고 새로운 명단이 추가 발표되는 식이었다.
사람들은 사족 부녀 유감동이 창기(倡妓)를 자처하며 수십 명의 상대남과 간통 행각을 벌인 이유가 궁금했다. 원래 ‘그런’ 여자가 아니었는데, 피병(避病) 길에서 납치되어 욕을 당한 것이 출발이었다는 둥, 남편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둥, 감동이 스스로 남편을 버렸다는 둥 간통남의 숫자만큼이나 행각에 대한 이유도 복잡했다. 워낙 그 숫자가 많다보니 그녀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는데, 행실이 나빠 남편에게 버림받았다고도 하고, 남편을 배신한 파렴치한이라고도 했다. 간통남의 새로운 명단이 발표될 때마다 국왕 세종은 “어떻게 다 기억하는지 신기할 따름”이라고 한다. 감동의 진술에만 의존하게 되자 감찰 윤수미는 애정의 농도에 따라 그녀가 숨기는 남자가 있을 수 있다며 간부를 직접 조사하자면서 사건의 판을 키우려고 한다.
간부들의 죄는 몇 가지 조건에 의해 그 경중이 정해졌는데, 감동의 신분을 알고 있었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사족 부녀인 줄 알고 간통한 것은 지배층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되어 죄가 가중되었다. 반대로 간통녀 감동을 창기로 알고 간통한 경우 간부의 죄가 경감되었다. 이에 대부분의 간부는 감동이 창기인 줄 알았다고 진술한다. 하지만 감동은 간부들의 진술을 일일이 바로잡았다. 최종 변론에서 진술을 번복하기도 하는데, 자신의 부모가 여러 번 사람을 보내 황치신·전수생·배상동 세 사람에 대해서는 ‘너의 신분’을 몰랐던 것으로 하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황치신은 정승 황희의 아들이고, 전수생과 배상동은 개국공신의 아들이다. 간통남을 구원하는 데 국가 권력이 개입한 것이다.
사건이 공론화된 지 한 달 후 유감동과 간부들의 형벌이 정해졌다. 감동은 남편을 배반한 죄, 거짓으로 창기라 일컬으며 사욕을 방자하게 행사한 죄, 음란한 행위로 인륜을 문란케 한 죄로 먼 지방으로 쫓겨났다. 간통남들은 여자의 신분을 알았는가를 기준으로, 이혼녀와의 간통은 곤장 80대, 창기와의 간통은 곤장 60대로 정해졌다. 관직자의 직첩은 회수되었다. 그런데 두세 번 해가 바뀌자 간통남들이 하나 둘 관직으로 복귀하는데, 곤장 80대를 맞은 황치신은 관찰사와 참판 등에 제수되었다. 고모부 이효례의 간통녀인 줄 알고도 간통하여 금수로 취급된 권격은 국왕 세종과 사돈이 되었고, 숙부의 간통녀인 줄 알면서 간통한 정효문은 중추원부사에 올랐다. 남녀윤리를 바로잡아 도덕국가를 제창하겠다는 원대한 선언은 결국 여성 한명을 쫓아내는 것으로 충분했을 만큼 가볍고 기만적인 것이었다.
여전히 궁금한 것은, 그녀의 진술이 아니면 드러나지 않았을 남자들의 정체를 일일이 밝힌 감동의 저의는 무엇이었을까. 간통남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자신의 입지는 불리해질 것인데도 말이다. 실제로 50년 후에 감동과 유사한 사례를 남긴 박어을우동은 그 부모가 간부들을 다 말하지 말고 수를 줄이라고 조언한다. 이혼녀 유감동의 ‘음행’은 사족사회를 혼란에 빠뜨렸지만, 그로 인해 성문제를 인식하고 대처하는 15세기 남성 국가의 위치가 드러났다. 이후의 이야기들은 ‘음녀’ 감동에만 주목하지만, 간통남의 신원을 일일이 공개한 당시의 기록에서 소위 음행이 여자 혼자만의 행위가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도덕이 없으면 지구가 멸망할 것처럼 굴던 권력자들의 실천도덕을 유감없이 보여준 이 사건은 조선의 지배이념인 도덕을 누가 가장 우습게 알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사라져버린 감동과 달리,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요직으로 복귀하여 나라를 이끌었다는 그들의 발자취에서 익숙한 현실감이 느껴지는 것은 너무 지나친 감상인가.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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