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 이


무명들의 가난
가난한 단어 가난
가난은 태생이 계급적이어서
자발적 가난이란 없다
가난은 민주주의의 발바닥
가난은 노동과 복권 사이를 떠도는 것
가난은 사료를 먹으며 가난을 대물림하고
가난의 약점은 이웃이 없는 것
이웃의 관계를 되찾아야 밥이 되는 것
밥은 빼앗는 것이 아니다
밥은 나누는 것이다
밥은 살아가는 시간을 나누는 것
밥은 삶의 감수성이다
밥은 태도다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 만국의 밥
그것이 밥의 감수성이다

-시집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창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