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7가지 질문으로 알아보는 중국경제
아서 크뢰버 지음, 도지영 옮김/시그마북스·1만8000원
중국일람 -상하이 주재 상무영사의 비즈니스 에세이 64
정경록 지음/비아북·1만7000원
중국 정치는 어떻게 움직이고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매우 간단할 수도 있고, 아주 복잡할 수도 있는 이 질문에 대해 <12가지 질문으로 알아보는 중국경제>는 길지 않으면서도 매우 요령 있게 답한다. 믿음을 줄 만큼 적절한 통계나 자료도 제때에 들이댄다. 예컨대 공산당 일당체제인 중국이 민주국가가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통상적인 독재국가라고 할 수도 없단다. 중국 국가지도자 지위 승계방식은 나름 합리적인 검증절차를 거치며 지도부 시스템은 의외로 아주 유연하다. 중앙집권 외양을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느 국가들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지방분권적이다. 가령 중앙정부 예산 내역 중에서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집행하는 비율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1972~2000년 사이 평균적으로 민주국가가 23%, 비민주국가가 18%인 데 견줘 중국은 2002년까지 평균 54%였고 2014년엔 85%였다. 거의 연방체제 민주주의국가 수준이다.
중국의 급속한 발전은 금리, 환율, 연료가격, 지적재산권 등과 관련한 속임수를 쓴 덕인가? 중국은 우릴 속이고 있는가? 이에 대한 답도 고개를 끄덕이게 할 정도로 무난하면서도 그게 말로만 적당히 눙치는 게 아니라는 걸 객관적 자료로 입증한다. 중국이 환율, 지적재산권 등에서 속임수를 쓰지만 그것이 중국의 급속한 발전에 대단한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며, 그 정도의 속임수는 미국, 유럽, 일본, 그리고 한국 같은 나라도 발전과정에서 다 썼던 수법이란다. 중국은 한국 등 동아시아 이웃 국가에서 무엇을 배웠나? 이런 질문에 대한 지은이의 대답도 매우 간결하면서도 구체적이며 치우치지 않는다.
<…중국경제>는 중국 정치·경제, 농업, 산업·수출, 도시화, 재정제도, 금융제도, 인구와 노동시장, 성장모델변화, 중국과 세계 등 12가지 큰 질문에 각각 10개 안팎의 작은 질문들을 배치했다. 그 질문들과 대답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식으로 유기적으로 구성돼 있어 경제뿐만 아니라 중국 사회 전체의 골격을 이해하는 데 간결하면서도 효과적이다. 글로벌 경제 조사업체인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의 공동창업자이자 이곳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차이나 이코노믹 쿼털리> 편집장, 브루킹스-칭화 센터 비상임 선임연구원인 지은이 크뢰버의 중립적인 자세도 호감을 준다.
<중국일람>은 2014년부터 3년간 상하이 한국총영사관 상무영사로 근무한 정경록 산업통상자원부 지역산업과장의 체험적 중국 경제론이자 실무 차원의 한-중 비즈니스론이다. 상무영사의 임무는 한중 경제교류와 진흥을 보조하는 것. 중국에 투자하고 내수 시장을 개척하는 한국기업을 돕고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있으면 함께 풀어가는 역할이다. 우리 기업의 경영활동에 영향을 끼치는 중국 정부의 정책변화나 제도변경 사항이 있으면 그 내용을 분석해 한국 유관기관에 안내하고 우리 기업에 설명하며,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도 유치한다. 그러니 한중 양국 기업인과 공무원, 인재들을 직접 접촉한 경험과 정보가 남다를 수밖에 없고 신뢰도도 높다. 조지아공대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졸업한 직업외교관의 분석력도 살 만하다. 크뢰버의 책이 중국경제 전반을 다뤘다면 <중국일람>은 한중 경제·비즈니스관계에 초점을 맞췄고, 당연하게도 한국인의 시선으로 그것을 바라본다는 점도 다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