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명 전야의 최면술사
로버트 단턴 지음, 김지혜 옮김
알마·2만2000원
혁명을 사회의 총체적 변화라고 한다면, 그 변화의 시작과 경과, 결과는 충분히 흥미롭다. <혁명 전야의 최면술사>는 독자들에게 낯선 ‘메스머주의’에 돋보기를 가져다 댔다. 혁명 직전인 1780년대 프랑스 파리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혁명의 지적 기원을 살펴보려는 지은이는, 먼저 루소의 <사회계약론>이 당대 독자들한테서 외면받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런 책을 통해 급진적 관념이 유포되고 여기에 정치사회적 저항이 결합해 혁명이 일어났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일 터인데, 실제는 그런 게 아니었다.
1780년대 파리는 합리적 이성보다 광기 어린 열정이 지배하는 분위기였다고 지은이는 진단한다. 하늘을 나는 열기구를 보면서 수천명의 대중은 눈물을 흘리며 기절하고 열광했다. 과학에 대한 ‘숭배’가 열병처럼 번지면서 온갖 사이비 과학이 넘쳐났다. 그 대표선수가 메스머주의다. 이는 독일 출신의 의사 안톤 메스머가 주창한 것으로, 모든 물체의 주위에 어떤 유체(流體)가 존재하며 이를 통제해 환자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최면술인데, 치료 효과가 일부 나타나면서 1780년대 중반 대중의 눈길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그런데 기존 의학·과학계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공격하면서, 메스머주의자들은 구체제로부터 공격받은 순교자 대우를 받기 시작한다. 여기에 일부 메스머주의자들은 루소의 사상을 접목하면서 일종의 혁명사상을 빚어냈다. 지금 보면 당연히 억지 논리인데, 당시 혁명을 향한 사상적 모색이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 확인할 수 있는 사상사의 한 장면이다. 이런 혼란 속에서 바스티유감옥이 깨졌고, 혁명은 자신의 길을 헤쳐갔다.
지은이는 하버드대학 교수와 도서관장을 지냈으며, <고양이 대학살>과 <책과 혁명> 등으로 우리한테는 익숙한 학자다. 이번 책은 1968년에 나온 그의 첫 저서로 혁명의 실상에 대한 유의미한 고찰일 것이다. 그러나 초기 저술인 때문인지 논지가 또렷하지 않다고 느낄 독자도 있을 것이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font color="#FF4000">[단독]</font> 주 6일 밤샘 배송, 식사도 휴식도 없이…쿠팡 과로사 또 있었다](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110/53_17627360906885_20251016501747.webp)


![이 대통령 지지율 56.7%…2개월여 만에 50% 중반 회복 [리얼미터]](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5/1106/53_17624147564862_20251106503006.webp)









![[사설] 김기현도 명품 가방, 국힘의 ‘김건희 굴종’ 어디까지인가](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5/1109/53_17626803263777_20251109501859.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