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나, 다’가 대통령 후보다. 10명이 투표한 결과 각각 4, 3, 3표를 얻었다고 하자. 최다득표제에서 당선자는 ‘가’다. 하지만 선호도를 차례 지우고 1, 2, 3위에 3, 2, 1의 가중치를 매겨 그 값의 합으로 뽑는다면(보르다점수법) 사정은 다르다. ‘가’를 선택한 4명의 선호도가 모두 ‘가-나-다’ 차례이고 ‘나, 다’를 선택한 6명이 ‘가’를 3번째로 꼽았다 하자. 그러면 가 18, 나 23, 다 19점이 되어 득점순서는 ‘나-다-가’가 되고 당선자는 ‘나’가 된다. 최다득표제에서 비호감 후보가 당선돼 선거 뒤 국론분열 우려가 있는 반면, 보르다점수제에서는 그런 염려가 덜하다.

<박경미의 수학N>은 사회, 문학, 영화, 미술, 역사 등에서 발생한 사건과 현상을 수학의 눈으로 들여다보며 수학이 일상과 멀지 않은 학문임을 설파한다. 수학은 공식을 외우고 문제를 푸는 골칫거리가 아니라 현실 곳곳에 널려 우리 삶을 지배하는 ‘그 무엇’이라는 얘기다.

1999년 9월 미국 화성탐사선이 화성궤도에 진입하다 추락한 사건도 수학과 관련된다. 탐사선을 만든 록히드마틴은 무게단위를 파운드로, 항공우주국은 킬로그램을 사용하다 보니 로켓의 추진력을 계산할 때 착오가 생긴 탓이라고 한다. 미국은 세계적으로 통일된 도량형인 미터법을 택하지 않고 야드법을 고집하고 있다. 이러한 아집은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13세기 피렌체에서는 상인들한테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령을 내렸다. 로마 숫자로 표기할 경우 계산이 쉽지 않아서 이를 대행해주는 직업군이 있었는데 아라비아 숫자를 쓰면 일반인도 쉽게 계산할 수 있어 계산가의 기득권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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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재미 붙이기 나름이다. 지은이가 든 예 가운데 하나가 숫자 142857. 여기에 1~6을 곱하면 그 값은 순서는 다르지만 모두 1, 4, 2, 8, 5, 7의 조합이다. 7을 곱하면 신기하게도 999999다. 이는 1/7이 0.142857142857…로 142857 마디가 무한반복되는 순환소수이기 때문이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