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금열풍이 뜨겁던 1866년 뉴질랜드 남섬의 금광마을 호키티카에 젊은 영국 청년이 바크선에서 내린다. 금을 캐내 한몫 잡겠다는 생각으로 고향을 떠나온 월터 무디. 그날 저녁 그는 허름한 호텔 흡연실에 들렀다가 12명의 남자로 구성된 비밀 모임에 우연히 끼어든다.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의 2013년 수상작 <루미너리스>가 국내에 번역·출간됐다. 그해 맨부커상 발표 소식은 세계 문학계의 커다란 화제가 되었다. 수상자 엘리너 캐턴이 단 두 작품을 쓴 28살 여성 작가였기 때문이다. 그는 살만 루슈디, 줄리언 반스 등을 배출한 맨부커상 47년 역사에 최연소 수상자의 영예를 얻었다.
<루미너리스>는 골드러시가 일던 뉴질랜드 대륙을 배경으로 저마다 삶에서 밀려나 마지막 희망을 품고 황량한 금광마을로 몰려든 사람들이 벌이는 탐욕과 살인, 배신, 거짓의 이야기이다. 실종된 젊은 갑부와 자살을 시도한 매춘부, 외진 오두막에서 살해된 부랑자의 집에서 발견된 막대한 금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펼쳐진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매력은 서양 점성술의 천체역학 원리에 따라 정교하게 서사를 짰다는 점이다. 주요 인물들인 해운업자 토머스 발퍼, 법원 서기 오베르 개스코인, 목사 코웰 데블린 등 12명의 남자는 궁수자리의 수성부터 물고기자리까지 12궁 별자리의 성격과 운명을 대표하면서 사건에 개입하고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또한 전 주지사 알리스테어 로더백, 젊은 갑부 에머리 스테인스 등 나머지 남자 5명과 여자 2명도 행성 7개의 역할을 맡아 이야기의 궤도를 넘나든다. 여기에 작가 엘리너 캐턴은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생각을 마리오네트처럼 조종한다.
루미너리스(Luminaries)는 점성술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해와 달을 뜻한다. 해와 달이 이울고 찬란했던 별도 소멸하듯이 사람들이 좇는 것도 언젠가 빛을 잃어버리고 마는 한시적인 환영들이라는 것이다.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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