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바로 요 대목을 다시 곰곰 생각해 보면,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그 뒤 두 남녀의 연애거나 결혼에까지 이르는 사연이 이뤄지는 소설 한 편 정도는 나와 주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우리네 남북 관계가 바로 그렇게 그런 쪽으로 진전되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원로 소설가 이호철(81)이 지난해 발표한 소설 <판문점 2>에서 주인공 진수가 친구 영호에게 하는 말이다. 여기서 ‘요 대목’이란 이호철의 1961년 작 단편 <판문점>의 마지막 대목을 가리킨다. 판문점에서 마주친 젊은 남남북녀 기자들 사이의 감정의 흔들림을 다룬 이 소설의 마지막은 “기집애, 조만하면 쓸 만한데, 쓸 만해”라는 진수의 독백으로 처리된다.
작가 자신의 판문점 방문 경험을 토대로 쓰인 소설이 <판문점>이거니와, <판문점 2>에서도 역시 작가 자신의 목소리를 대신하고 있는 주인공 진수는 그로부터 반세기 남짓 시간이 흘렀으면 남남북녀 기자 사이에 혼담이 오갈 정도로 남북관계도 획기적으로 진전되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진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이호철이 새로 낸 작품집 <판문점>(북치는마을)은 <판문점>과 속편 격인 <판문점 2>를 한데 묶은 책이다. 주로 진수와 영호의 대화로 이루어진 <판문점 2>에서 작가는 <판문점>을 쓸 당시와 소설 속 현재인 2012년의 남북관계를 비교하면서 갈등과 대립을 넘어설 나름의 방안을 제시한다. 소설에서 직접 거명은 하지 않지만 백낙청 교수의 ‘2013년 체제 만들기’ 구상이 북한 체제에 대한 언급을 빼놓았다는 점을 비판하며, 월남민들이 남쪽에서 번 돈을 들고 북의 고향으로 가서 굶주리는 동포들을 조건 없이 구완하는 데에서부터 문제를 풀어 나가자고 제안한다.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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