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절도 전문국가 프랑스.’ 이 책의 소제목 중 하나다. 분노가 뚝뚝 묻어나는데 읽다 보면 같이 화난다.

수백년 수탈한 것도 모자란지 프랑스는 공짜로 아프리카 식민지를 독립시켜주지 않았다. ‘식민지 협약’이라는 강제 연대를 맺게 했는데 내용이 해괴하다. ‘세파 프랑’이라는 단일 통화를 써야 하고, 외환보유고의 65%를 프랑스에 예치해야 한단다. 천연자원을 독점적으로 살 수 있는 권리도 프랑스에 줘야 한다는 거다. 이 조약 탓에 코트디부아르는 울며 겨자 먹기로 아비장 다리 공사를 중국보다 훨씬 비싼 값을 부른 프랑스에 맡겨야 했다.

어디 프랑스뿐이겠나.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2세는 콩고에서 여자와 아이들을 인질로 잡고 남자들에게 상아와 고무 할당량을 채우게 했다. 반항하면 손발을 잘랐고, 제 몫을 다 못하면 가족을 죽였다. 공무원인 지은이 김명주씨가 아프리카개발은행에 파견돼 4년을 보내며 쓴 이 아프리카 입문서엔 검은 대륙의 눈물이 흥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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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우리가 잘 몰랐던 아프리카 이야기를 해주는 데서 더 나아가 공감을 시도한다. 유럽 나라들의 땅따먹기를 설명하며 한반도를 놓고 한국인은 쏙 뺀 채 조약을 맺은 미국과 일본의 이야기를 엮어 놓는 식이다.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빈틈을 빌미로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 하면 우리가 이리도 원통한데 아프리카 사람들의 심정은 어떻겠냐는 거다.

하지만 책 제목대로 백인의 눈에서 탈주하는 데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다. “진출하기 전에 제대로 알자”라는데 아프리카를 우리가 활용할 타자로 놓는다는 점에서는 서구 열강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또 아프리카의 식민지 근성을 지적하는 대목은 지나치게 주관적이라 수긍하기 어렵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