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깐독서 /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세상은 ‘드럽고 치사하게도’ 1등만 기억한다. 그래서 우리를 ‘술 푸게’ 한다. 술만 푸지 말고 제대로 반기를 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마쓰모토 하지메. 그는 대학 식당 밥값 인상에 항의해 구우면 악취 나는 ‘꽁치 굽기’ 데모를 하고, 모두가 자기계발에 열 올리는 ‘바쁜 사회’에 저항하며 역 앞에서 고타쓰(일본식 난방기구) 놓고 술 마시는 ‘한가한’ 데모를 했다. <예스맨 프로젝트>라는 영화를 찍은 앤디 비클바움은 신자유주의의 첨병 세계무역기구(WTO)의 ‘가짜 사이트’를 만들어놓고 “투표권도 사고팔 수 있다”며 이들의 생각을 정론직필한다. 이런 방식으로 주류 권력의 음모를 널리 알리는 셈이다. 지지율로 따지면 ‘하위권’이었음에도 끝까지 서울시장 후보를 완주해낸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 얼핏 1등처럼 보이는 소설가 공지영씨, 한국 사회 비주류인 ‘좌파’ 안에서 또 ‘비(B)급’을 지향하는 김규항씨 등도 참석했다.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이 매년 주제를 정해 벌이는 ‘인터뷰 특강’에서다. 올봄 이들이 모여 전수한 ‘무한경쟁사회에 발칙한 발차기를 날리는 비법’을 모아 묶었다.
노회찬 전 대표는 모든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서울대의 ‘1등 독식’이 없도록 16개 국공립대가 통합되는 ‘꿈을 꾸라’고 말한다. “천만명이 같은 꿈을 꾸면 현실이 되니까.” 마쓰모토는 등록금 투쟁을 하는 대학생들에게 “대학을 그만둔 다음 매일 학교에 가라”고 제안한다. 수입이 없어진 대학은 당혹스럽고, 학생들은 간판 획득이 아닌 공부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다. 저항하지 않는 당신, 모두 유죄! /한겨레출판·1만2000원.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