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권우의 요즘 읽은 책 /〈밥상혁명〉 강양구 외 지음/살림터·1만3800원
못된 버릇이 생겼다. 어떤 사람의 말과 행동을 평가할 때 불이익 탓인가, 불의 때문인가를 재보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가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태도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것이 덫이고 함정이라고 여긴다. 왜냐하면, 불이익을 참으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불의가 불이익을 안겨주는 일도 왕왕 있다. 더욱이 불이익에 대한 민감한 반응이 불의에 대한 인식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불이익과 불의 사이에 인식의 전환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애물이 놓여 있다.
먹을거리를 놓고 세상이 온통 시끄러울 적에도 이 점에 착안해 상황을 주시한 적이 있었다. 불이익과 불의가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는데, 과연 어디로 확산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 뜨거운 열기가 슬그머니 사그라진 것을 보면, 그리고 좀처럼 되지피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을 보면, 아무래도 불이익과 관련 있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세상이 바뀐 것이다.
<밥상혁명>은 지역 먹을거리로 밥상을 채울 때 세상마저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목만 보고도 여러 가지를 곱씹어 볼 수 있다. 정말 먹을거리 문화를 바꾸는 것이야말로 개인 차원에서 혁명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오랫동안 길들어져온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맛있고 싼 것들에만 익숙해졌는데, 가까운 곳에서 유기농업으로 재배된 것으로 밥상을 채운다는 것은 결단을 요구하는 일이다. 돈도 들고 시간도 들고 입맛도 적응하려면 한참 걸리는 법이다. 그럼에도 건강이라는 이익을 생각하면 발상의 전환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밥상혁명>의 문제의식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밥상에서 시작한 변화가 세계체제를 뒤흔드는 혁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니 말이다. 정의로운 일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지역 먹을거리를 소비하면 궁극에는 세계 차원에서 식량정책과 무역구조를 재편할 수밖에 없고, 자연과 환경을 보호하게 된다. 지은이들은 이러한 점을 입증하기 위해 그야말로 세계 곳곳을 누비며 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책에 담았다. 변화의 바람이 곳곳에서 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또다른 핵심어는 식량주권이다. 정부차원에서는 식량안보에 관심을 쏟고 있는데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식량을 확보하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식량주권은 식량자급을 뜻하며, 이 정신에 동의할 적에 밥상혁명은 시작된다. 불이익에 대한 거부가 불의에 대한 저항으로 확대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길이 있단다. 지금 밥상을 엎고 지역 먹을거리로 다시 차리면 된다. 소비자가 건강해지고, 소농이 노동의 대가를 받고, 재래시장이 살아나고, 마을 경제가 활기를 띠고, 굶어죽는 사람이 줄고,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 이것저것 재지 말고, 한번 해볼 만한 일이지 않은가.
이권우 도서평론가·안양대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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