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희나 작가의 창의적인 복합 미디어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제33회 타이베이국제도서전(TIBE 2025)이 개막한 지난 4일, 행사가 진행된 타이베이 세계무역센터 1층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다.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백희나 작가의 사진과 함께 그의 작품 세계를 담은 대형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백희나 작가가 대만에서 인기를 끌자 대만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 웨이징에서 ‘장수탕 선녀님’ ‘알사탕’은 물론 작가의 모든 작품 표지를 담고 작품 세계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포스터를 제작한 것이다.
“한국 그림책의 세계는 대만보다 더 다양합니다. 특히 백희나 작가의 경우 한지와 같은 소재를 활용해 오리고 붙여 작품을 만드는데 드라마틱하고 창의적이에요. 2004년 ‘구름빵’을 이곳에 들여왔는데, 3쇄 이상 찍을 정도로 인기 있었어요. 이후 꾸준히 다른 작품들도 대만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리완화 웨이징 마케팅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백희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특이하게도 어린이 반, 어른 반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백희나 작품 외에도 ‘모기 잡는 책’ ‘어린이 과학 형사대 시에스아이(CSI)’ 등 다양한 한국 아동서가 대만에 번역 소개됐다고 전하며 “대만 출판사 편집자들이 문화적이고 창조적인 느낌을 주는 한국 그림책과 어린이책들을 선호해서 최근 1~2년 새 한국 책을 더 많이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지, 백희나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인정받는 작가들이 늘고 한국 그림책에 대한 국외 출판사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그림책 출판사들도 국외 독자들에게 더 다가가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가이면서 ‘북극곰’이라는 그림책 출판사를 운영하는 이루리 대표는 이번 도서전에 부스를 열어 대만 독자들을 위한 북토크를 열고 대만 출판사 관계자들도 만났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5년 전부터 타이베이도서전에 참여했는데 지금까지 20건이나 계약했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대만 독자들이 한국 그림책을 좋아해서 앞으로도 꾸준히 도서전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고래뱃속, 글로연, 현암사 등 여러 한국 출판사들이 그림책과 어린이책을 들고 대만 출판계 문을 두드렸다.

이번 도서전에 한국의 20여개 출판사 책을 들고 저작권 미팅을 진행한 석현혜 서울국제도서전 저작권팀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아시아 시장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자기계발서가 관심을 받고 있다”며 “이번 도서전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시간관리법, 집중력 높이는 법 등에 관한 책에 대만, 중국, 일본 등 관계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교양과학서 등 학습만화에도 국외 독자들의 관심이 많았다. 석 팀장은 “국외 시장을 개척할 때 영어 샘플북이 있는 출판사들의 책이 확실히 더 주목도가 높았다”며 “국내 출판사들이 참고했으면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케이(K)팝과 한국 드라마 등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이를 전문으로 다루는 잡지가 판매되는가 하면, 한국어를 배우려는 대만 사람들이 늘면서 한국어 교재와 온라인 학습 강좌 시장도 형성되고 있었다. 헬리오폴리스 출판사의 팡니 편집자는 “방탄소년단(BTS), 에스파 등 케이팝이 젊은이들에게 엄청나게 사랑받고 있다”며 “한국 문화 테마를 찾아 책이나 강좌로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타이베이/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