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 꼭 다시 하고 싶어요故 김진광

사랑한다는 말, 꼭 다시 하고 싶어요

아버지, 하고 부르면 아이처럼 말갛게 웃으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치매가 심해지시며 고향집을 떠나 요양병원까지 오시게 되었을 때, 저는 속으로 혼자 기뻐했어요.

왜냐구요? 제 집에서 요양병원이 걸어서 10여분 거리밖에 안 되었기 때문이에요. 이젠 매일 아버지 손을 붙잡고 얘기를 나누리라, 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우고 실컷 햇볕을 쪼여드리리라, 하고 설레기까지 했지요.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며 면회가 금지되었지요. 우린 혹시나 아버지께서 가족들한테 버림받았다고 느끼지나 않으실까 노심초사했지요.

그렇게 아버진 외롭게 코로나 절정기도 잘 넘기셨는데 하필 코로나가 기세가 꺾여가던 즈음에 덜컥 걸려 단 이틀을 넘기지 못하셨지요. 연락을 받고 달려간 병실에 누워 계신 아버지는 그냥 주무시는 듯했어요.

문득 소란을 피워서라도 아버질 더 만났어야하지 않았을까, 너무 오래 아버지를 혼자 두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어요.

아버지, 그거 아세요? 지난 4년여 동안 우리는 아버지를 돌보며 더 친밀해졌다는 것을요.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남기신 유산은 바로 따뜻하고 지속적인 가족애였어요.

아버지, 감사해요.

만약, 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부끄러워 자그맣게 속삭이던 말, 사랑한다는 말, 꼭 다시 하고 싶어요. 당신은 나의 아버지이시니까요

-아버지의 딸 드림

214분이 헌화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