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고 사무쳐, 모든 순간순간들이故 방○○

그립고 사무쳐, 모든 순간순간들이

2021년 5월24일 ...

푸르고 푸르던 녹음이 우거지고 빨간 장미꽃이 만발하던 그때 천사같은 우리엄마는 이세상 소풍을 끝내고 나와 그렇게 준비없는 이별을 했어 딱 오늘 1년 되는 날이야. 엄마 없는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또 봄이 찾아와 여름을 기다리고 있는데 내 마음의 시계는 작년 5월에 멈춰 있네 .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찢겨진 마음, 뻥 뚫린 구멍 난 마음 혼자 삭히고 삭혀가며 지냈어. 지금도 엄마만 생각하면 그날만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이야.

코로나…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누구에게는 스쳐가는 감기 같다던, 아니 감기보다 못하다던… 그러나 엄마에겐 너무 고통스러워서 너무 힘들어서 끝이 안보이는 터널을 걷다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곳을 가게 되었어. 왜 이런 말도 안되고 억울한 일이 우리 착하디 착한 천사 같은 엄마에게 일어났을까.

엄마가 하늘로 여행간 지도 1년이 지났네. 저번주에 엄마 음력 기일을 지내고 평소 따뜻한 밥 한번 손수 차려드리지도 못한 불효막심한 딸. 엄마 없는 지금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드렸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런 거 뿐이다. 그럼 뭐할까. 진짜 살아 계실 때 손 한번 더 잡아드리고 전화 한번 더 하고 더 찾아뵙고 그랬어야 하는데 모든 게 다 후회스럽고 죄송하고 그립고 사무쳐. 모든 순간순간들이… 내가 지금 해드릴수 있는일이라곤 줄 수 있는 거라곤 엄마를 향한 그리운 눈물뿐이야.

조금 더 빨리 검사를 받아보고 목 아파 찾아간 병원에서도 검사 권유를 더 빨리 해줬더라면… 지금 우리 엄마 곧 다가오는 칠순도 가족들과 같이 보낼 수 있었을텐데. 평소 자식들에게 “손벌리기 싫다, 미안하다 자는 것처럼 그렇게 가고 싶다” 입버릇처럼 말씀 하셨는데 엄만 진짜 인공호흡기 한 채로 아무말도 못하고 그렇게 주무시듯 갑자기 가버렸네. 내게 긴 간병할 기회조차도 주지 않고 말이야. 자식들 마음에 크나큰 병 생길까봐 엄마 마지막 모습도 보여주지도 않은거지? 엄마 손 한 번 잡아주지도 못하고 안아 주지도 못하고 외로운 하늘길을 혼자 가게 해서 너무 미안해. 얼마나 무섭고 외롭고 서러웠을지… 겁도 많은 겁보 엄마가 차디찬 병원 침대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마지막 숨을 거둘 때 우리 가족을 얼마나 기다렸을까.

나와 마지막 통화를 하며 “건강하게 살다 가야하는데… 자식들 걱정 안 끼치고 피해 안주고 그렇게 가야하는데… 선영아 ,엄마 숨을 좀 잘 쉬고 싶다. 어떻게 숨 쉬어야 하는 거냐” 이게 마지막 엄마가 내게 한 말이었어. 우리 불쌍한 엄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할 수만 있다면 내가 정말 대신 아파주고 싶고, 그 고통 내가 다 받아내고 싶었어. 지금도 엄마를 만지고 싶고 이렇게 떠난 엄마의 부재를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믿어지지가 않아. 지금이라도 전화하면 “우리 큰딸~” 하고 통화할 것만 같은데, 너무 순식간에 엄마가 사라진 거 같아서 어디에선가 엄마가 살아 있을 것만 같아 하루만 엄마를 만나볼 수 있다면 내 남은 여생을 다 받쳐도 좋을만큼 엄마가 너무 필요하고 너무 그립고 사무치고 미안해.

길가다 엄마 비슷한 뒷모습이라도 보면 가슴이 쿵 내려앉아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말도 안되는 이 현실에 자책만 하다 또 그렇게 소리내어 울고 하루를 그렇게 보내. 비슷한 엄마 연배 어르신들만 봐도 너무 눈물만 나오고. 왜 하필 신은 우리엄마가 필요했던걸까, 조금만 더 이 좋은 세상 나와 더 많은 시간 함께 보내다 데려가도 충분했을텐데, 생각하곤 해. 하늘에 천사가 부족해서 우리 착하디 착한 천사같은 엄말 데려갔나봐. 그리고 엄마도 엄마가 보고 싶었나봐. 할머니 기일에 그렇게 가시는 걸 보고 그 생각이 나더라.

엄마, 심폐소생술 할 때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러웠으면 피를 토했을까. 엄마야, 그렇게 했는데도 살려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내가 할 수 있었던 게 없던 바보라서 미안하고 또 미안해. CCTV 면회조차도 못해, 영상통화도 못해서 힘도 못 실어주고 가시는 마지막 길, 수의도 못 입혀드리고, 많은 고통의 흔적 남은 병원복 입고 가게 해서 미안해.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일반 장례도 못하고 화장도 끝까지 못 지켜 드리고... 엄마 손잡고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단 말 한마디 못해 드려서 가슴이 문드러지고 단장의 아픔이 이런 거구나 하고 속이 썩어 내릴 것만 같아.

작년 어버이날 엄마아빠 보러 간 게 이런 큰 불행과 슬픔을 몰고 올지 누가 알았을까. 그때 우리만 내려 가지 않았어도… 엄마가 직접 백신예약도 다 해놓고 그랬는데 내가 내려가지만 않았어도, 백신도 맞고 그랬을텐데, 하필 백신 맞기 전에 엄말 만나서 엄마의 남은 삶 즐겁고 편하게 살 권리 내가 빼앗은 것 같아. 주위에선 그만하라고 이젠 자책하지 말라고 잊으라고 하는데 쉽지가 않다. 죽어서까지 이 슬픔, 이 한은 남아있을 것 같은데 어쩌나. 아직도 엄마 영정사진을 똑바로 못 보겠어, 너무 미안해서. 그날의 일이 너무 생생하게 기억나서.

우연히 들어본 엄마 휴대폰 통화녹음. 딱 80까지만 건강하게 살다 가고 싶다고… 근데 이게 뭐야 69번째 생일도 못 지내고 그렇게 뭐가 바빠서 서둘러 갔을까. 엄마가 사랑하는 윤진이 크는 것도 더 보고 새로 이사온 우리집 구경도 하고 롯데타워 구경도 해보고 나랑 할게 얼마나 많았는데…

엄마가 선물해준 내 삶, 엄마의 유산인 내 자신 잘 아끼고 살피고 가꾸어 나중에 꽃이 피고지고 장대같은 비가 내리고 낙엽이 지고 눈이 내리고 하기를 반복하다 적당한 좋은날 때가 되면 우리 꼭 다시 만날꺼야. 가끔씩 꿈에 좋은 모습으로 웃고 있는 환한 모습으로 한번만 엄마 얼굴 보여줘. 이젠 내 기억속으로만 엄마를 회상하고 추억해야 하는구나. 앞으로 엄마와 함께 해야 할 잃어버린 시간들. 엄마가 하늘에서 잘 지켜봐줘. 그리고 가끔씩 흩날리는 꽃잎, 시원한 바람, 추적추적 내리는 비라도 좋으니 우리 엄마 느낄 수 있게 내곁에 머물다 가줘.

그땐 왜 몰랐을까, 엄마가 내 베스트 프렌드고 내 우주고 세상의 전부였단 걸. 항상 내 곁에 있을것만 같아서 엄마니까 그저 내 엄마니까 이래도저래도 엄만 내 편이니 괜찮을 거 같아서 난 그 흔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해드렸어. 나중에 천상에서 다시 만나면 그때도 우리 꼭 엄마 딸로 다시 만나자. 그때 못다한 사랑 못다한 효도 다 해줄 거야.

우리 방여사! 딸 이렇게 이쁘게 곱고 소중히 사랑으로 키워주셔서 고마워 또 많이 미안해. 내가 온마음 다해 사랑하고, 사랑해.

202분이 헌화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