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故 오세현

죽음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2022년 4월 11일 85세를 일기로 둘째 고모부가 돌아가셨다. 제작년엔 큰고모부, 작년엔 큰고모, 올해엔 둘째 고모부의 장례 때문에 그동안 통 못보고 지냈던 사촌 형제자매들과 친인척들을 3년 연속 만나게 되었다. 이젠 고모, 고모부의 연세가 많으셔서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분명 앞의 두 죽음과 올해 둘째 고모부의 죽음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먼저, 큰고모 큰고모부 두분은 암을 앓고 계셨기에 살아 계신 동안 자식들과 친인척들이 보살피며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돌아가신 뒤에도 수의를 곱게 입은 두 분의 얼굴을 어루 만지며 ‘저승 가는 길 배고프시지 말라’고 노잣돈을 넣어 드렸다. 슬퍼할 시간이 충분했다.

그러나, 둘째 고모부의 경우는 달랐다. 앞서 큰 고모, 고모부의 장례식장에서 뵈었던 둘째 고모부는 비교적 건강해 보이셨고, 암은 물론 당뇨를 제외한 특별한 지병도 없으셨던 분이다. 운동과 식단관리 병행으로 최근까지도 골프를 치시고, 경로당을 오가는 등 바깥 활동을 해오셨단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 확진으로 병원에서 격리된 것이다. 가족들은 그 이후 둘째 고모부를 뵐 수 없었고, 병원으로 모신 지 14일 만에 둘째 고모부의 사망한 모습을 유리벽 비대면으로 만나게 되었다. 고운 수의와 노잣돈은커녕 화장 하기 전 새파란 알몸을 마주한 가족들은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장례식장에선 고모부의 시신 없이 추모객들을 맞이 해야 했다. 코로나로 확진되었지만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으로 들어가시는 모습이 살아계신 마지막 모습이었기 때문에, 죽음을 준비할 시간도 그 무엇도 가질 수 없었다. 충분한 애도의 시간은 남은 사람들에게 살아갈 힘과 안도감을 준다. 하지만 가시는길 외롭지 말라고, 당신은 충분히 잘 살아오셨다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한 가족들은 평생 고모부를 가슴에 묻으며 살 것이다. 당사자는 죽음을 앞두고 또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지금도 생각하면, 너무나 안 되었고, 가슴이 아프다.

고모부! 그동안 참 잘 살아오셨어요. 저희 가족에게도 늘 다정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날들 기억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품안에서 평안히 잠들길 기도합니다. 아멘.

-오세현님의 조카 변동현 드림

64분이 헌화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