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의료인으로 송구합니다故 박○○

마지막 의료인으로 송구합니다

안녕하세요. 요양원의 촉탁의사(계약의사)로 어르신의 마지막을 함께 한 사람 입니다. 3년째 요양원을 격주로 드나들며 얼굴을 뵐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코로나 감염 확산이 폭발될 조짐이 보였던 2021년 12월 어르신의 사망 소식을 듣고 저도 많이 당황했습니다. 사망 선언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망설였죠.

방역을 위해 방호복과 마스크, 페이스 쉴드를 겹겹히 하고서야 어르신의 얼굴을 잠깐 뵐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스친 생각은 지난 3년간 어르신에게 어떤 진료를 해왔는가였습니다. 충분한 시간 대화 나누지 못하고 그저 얼굴을 확인하고 잘지내시죠? 하고 묻는 정도 였습니다. 때마다 반갑다고 괜찮다고 웃으며 이야기 하던 모습을 결코 잊지 못 할겁니다. 3년이라는 꽤 긴 시간, 격주로 봤지만 진심으로 어르신을 대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손 한 번 더 잡아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마지막이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좀 더 편안하게 우왕좌왕하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저도, 요양원 종사자들도, 가족들도 그저 황망히 마지막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르신 덕분이라고 해야할지 이후로 여러 요양원에서 십 여분의 어르신의 마지막을 지켰습니다. 앞으로 어르신들이 생의 마지막을 편안히 보내시는 곳에서 좀 더 건강히 지낼 수 있도록 더욱 신경쓰겠습니다. 죽음은 예상치 못한 순간 갑자기 찾아오기에 얼굴을 뵙는 순간 마지막일 수 있음을 직감하고 세심히 진찰하고 안부 묻고 싶습니다. 마지막 의료인으로 최선을 다하지 못해 송구합니다. 면목이 없지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코로나로 운명을 다하신 어르신들께 사망을 진단한 의사로 사죄 말씀을 드립니다.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의사 홍종원

29분이 헌화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