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의 사랑은 우리를 떠나지 않겠지만故 이은자

어머님의 사랑은 우리를 떠나지 않겠지만

남편과 딸이 거의 동시에 직장에서 코로나19에 감염이 됐고, 사흘 후에는 한 집안에서 생활하던 나도 연이어 환자가 되었습니다.

요즘 들어 부쩍 쇠약해지신 90살 노모의 건강을 염려하던 남편이 평소보다 자주 서울과 시골집을 오가던 시기였지요. 전혀 아무런 증세가 나타나지 않아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을 알지 못하고 마음 편하게 주말에 어머님을 뵙고 온 남편이 갑자기 피곤하다며 내게 몸살약을 부탁하기 전까지는, 코로나 월드에서 비켜난 듯 안온한 겨울을 보내던 중이기도 했습니다. 남편의 감염 사실이 획인되자 어머님도 즉시 PCR 검사를 받으셨고 결과는 양성. 어머님은 확진 판정을 받으신 후 일주일여 지나 기침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산소포화도가 낮아져 병원 응급실로 들어가셨고, 입원 다음 날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바로 그날 격리에서 해제된 남편이 곧바로 어머님의 장례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던 일을 두고 ‘다행’이라는 말은 차마 입에 올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맏아들이어서 어머님에게 가장 큰 신뢰의 대상이었던 남편이 마음에 새기고 있을 그 참담함을 생각하면. 코로나19 때문에 너무 일찍 어머님을 보내드려야 했던 남편의 슬픔은, 그 슬픔을 달래주실 어머님이 안 계셨기에 더욱 슬퍼 보였습니다. 시골집의 부엌살림이 손에 익지 않아 늘 허둥대도 꾸중 한 번 하지 않으셨던 우리 어머님의 맏며느리인 나는 발인 전날에야 격리가 풀렸습니다.

어머님이 가시는 길 끄트머리에 서서, 나는 어머님께 한 번도 소리 내어 말씀드리지 못했던 말을 되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어머님이 알고 계셨던 것 이상으로 나는 어머님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말을. 이런 말씀 드리지 않아도 어머님의 사랑은 우리를 떠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해보고 싶었습니다.

-며느리 심혜경

28분이 헌화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