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릿속 생각들을 청소한다는 게 말이 쉽지 거의 불가능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오즈월드 체임버스가 한 마디 던진다. “자기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과 성품(性稟)이 허락하지 않아서 걱정이 안 되는 건 별개다. …우리의 온갖 염려들이 하느님을 밀쳐두고 하는 이런저런 생각들에서 온다. …모든 근심걱정 버려라. 그리고 전능하신 이의 그늘에 머물러라. 더 이상 걱정하지 않겠다고 하느님께 신중히 말씀드려라. 그리고 기도해라. 주님, ‘지금 여기’에서 당신을 저의 가장 큰 요인(要因, factor)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렇다. 사람이 심장 없이 피를 돌릴 수 없듯이 하느님 없이는 걱정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모든 주어진 현실을 그분께 바치는 기도의 통로로 삼는 거다. 할 수 있을까? 그건 물을 것 없고 모쪼록 그럴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할 따름이다.
-가렵다고 해서 반드시 긁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런 줄 알지만 가려운 데를 긁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정신 안 차리면 어느새 긁고 있는 저를 보게 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아무튼, 당분간 시중에서 파는 과자(菓子)는 금물이다.
-풍뎅이만큼 커다란 파리 한 마리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방 안을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녀석에게 이곳은 어차피 죽음의 장소다. 수건으로 덮쳐 감쌌다가 창밖에 털어놓으니 쏜살처럼 날아간다. 수건이 저를 덮쳤을 때 파리는 “아이고, 나 죽었다!” 했을 거다. 그게 곧장 삶으로 통하는 길인 줄 모르고서. 사람 또한 그러고들 있는 것 아닐까?
오늘 옮긴 둡텐 초드론의 글이 흥미롭다. “누가 가까이 다가와서 당신 코가 얼굴에 있다고 말하면 우리는 화를 낼까? 아니다. 왜 화를 내지 않는가? 사람 코가 얼굴에 있는 건 누구나 볼 수 있는 당연한 사실이다.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걸 말하는데 구태여 화를 낼 이유가 어디 있는가? 우리가 저지르는 잘못과 실수도 얼굴에 코 있는 것처럼 명백한 사실이다. 모두가 보고 있다. 누가 그것을 지적한다면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걸 가리키는 거다. 그에 대하여 화를 낼 이유가 없다. 자기가 저지른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하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래, 맞아. 네 말대로 내가 잘못했어’ 아니면 ‘나한테 나쁜 버릇이 있나봐. 미안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완벽하다.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단 말이냐?’ 이러면서 버티기보다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훨씬 인간답지 않은가? 잘못이 있다는 건 우리가 보통사람이고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그렇다. 사람으로 생겨나서 잘못을 저지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자기 잘못을 부인하거나 그것을 남에게 떠넘기는 이것이 진짜 잘못이다. 정말? 글쎄? …모르겠다. 아무튼 제 잘못을 시인하고 깨끗하게 사과하는 근사한 짓을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건 알겠다.
-새벽에 팔뚝을 긁다가 잠에서 깨어난다. 몹시 가렵다. ‘가렵기’와 ‘긁기’는 기필코 만나야 하는 사이인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가려워도 긁지 않을 수 있다. 오냐, 이참에 연습 한번 해보자. 가려운 곳으로 기계처럼 달려가는 손을 스톱! 시키는 거다. 엉겁결에 갔다가도 알아차리는 순간 원위치! 하는 거다. 이것을 몸에 밴 습(習)에서 해방되는 훈련으로 삼는다면 좋은 기회 아닌가? …무엇에서 배운 게 있으면 그것은 고마운 선생인 거다.
“주님을 섬긴다는 것은 휩쓸려 떠내려갈 무엇이 아니라 신중하게 선택할 무엇이다. 그 결단은 너와 하느님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어떤 누구하고도 의논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십자로 앞에 설 때마다 …사람들은 너에게 자기 의견을 말하겠지만 너는 오히려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곳으로 계속해서 나아가게 될 것이다. 하느님이 너와 더불어 무엇을 하실 건지가 그들에게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 너에게도 마찬가지다. 하느님이 너를 어디로 데려가실 건지는 네가 상관할 바 아니다. 하느님께서 너에게 보여주고자 하시는 것은 오직 하나, 당신 자신이다.”(오즈월드 체임버스) …아, 이토록 간단한 것을!

-누가 책으로 출판하겠다기에 가브리엘 로스의 ‘연결’을 다시 읽어본다. “…만유를 움직이는 에너지인 도(道)는 우리에게 물처럼 되라고, 저항 없이 흐르라고, 모든 과정이 우리가 가야 할 곳으로 우리를 데려간다는 사실을 믿으라고 우리를 가르친다. 우리는 자신의 온갖 물리적, 심리적, 정치적 안전망을 놓아버리고 그냥 있을(just be) 필요가 있다. 우리의 두 발과 그것이 딛고 서있는 땅 사이를 가로막는 고정관념, 탈[假面], 일정표 같은 것들의 요새를 무너뜨릴 필요가 있다.” …음, 이 사람 글은 ‘춤추는 명상’이다.
-몇 번이나 손등과 겨드랑을 긁다가 잠에서 깨어났는지 모르겠다. 잠결에 긁는 것과 깨어서 긁는 것은 다르다. 잠결에는 살갗이 벗겨지도록 심하게 긁고 깨어서는 긁지 않거나 긁어도 살살 긁는다. 제가 뭘 하고 있는지 아까는 몰랐고 지금은 알기 때문이리라. 어젯밤에 읽은 가브리엘 로스의 글이 생각난다. “우리는 자신의 온갖 물리적, 심리적, 정치적 안전망을 놓아버리고 그냥 있을(just be) 필요가 있다.” 됐다, 더 이상 잠들지 말자. 그냥 깨어서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이 물건한테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그냥 그대로 일어나게 놔두는 거다. 그러면서 하나도 놓치지 않고 관(觀)하는 거다. 맞다. 관(觀)이다. 머릿속 생각과 지난날의 경험 따위로 집적대지 말고 아무 판단 없이 그냥 보는 거다. 그냥 있는 거다. 여기까지다. 이 지구별에서는 여기까지다. 마침내 눈을 감을 때까지. 그리하여 아무 볼 것이 없을 때까지. 길은 길을 가지 않고 꽃은 꽃을 보지 않는다. 우주는 우주를 돌지 않고 하느님은 하느님을 보지 않는다. …아, 하늘이 베푸시는 은혜인가? 아침에 옮기는 글에서 마이클 싱어도 비슷한 말을 하고 있다. “당신이 경험할 수 있는 위없이 높은 경지는 당신을 열어놓은 결과로 오는 것이다. 당신이 당신을 닫아놓지만 않으면 언제든지 그럴 수 있다. …당신은 끝없는 감동과 끝없는 사랑과 끝없는 관용으로 살 수 있다. 이 상태에 이르는 길은 간단하다. 당신한테 일어나는 모든 일을 그냥 받아들이고 그것들이 당신을 관통하여 흘러가게 하는 거다. 지난 일들 가운데 당신이 떠나보내지 않아서 계속 당신에게로 돌아오는 무엇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놓아버려라. 쉽다. 방금 지나친 연두색 무스탕이 당신 마음을 출렁거리게 하면 괜히 한번 시익 웃는 거다. …그냥 당신을 열어놓아라. 용서하고 웃고 풀고 그리고 뭐든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 일을 할 수 있으면, 당장 착수해라.” 아멘! 고맙습니다.
이현주 목사
*이 시리즈는 순천사랑어린마을공동체 촌장 김민해 목사가 매월 발간하는 ‘풍경소리’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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