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체육관광부가 2월 출범시킨 프로축구성장위원회(공동위원장 김대현 차관, 박문성 해설위원)는 여러 의문을 가진 조직이다. 국가가 여러 스포츠 종목 가운데 축구만을 특정해 성장위원회를 구성한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데, 프로축구의 성장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논리도 궁색하다. 문체부 고위 당국자는 “프로축구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제도와 예산,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라고 말했는데, 추상적이다.
먼저 프로축구성장위원회의 최종 결론은 권고안일뿐이다. 과연 강제적 구속력 없는 성장위원회의 결정이 예산이나 법률·조례의 제·개정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걸린 지자체나 국회의 관문을 뚫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프로축구단 관계자는 “현재 각 프로구단은 경기장의 매점 하나도 운영할 수 없다. 경기장을 ‘하루 빌려’ 쓰는 상태에서 권고안이 실제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궁금하다”라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프로축구성장위원회는 11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최휘영 문체부 장관 주재로 두 번째 전체 회의를 열었다. 심판(인적자원 분과), 잔디 환경(기반조성 분과), 관람 편의(산업화 분과) 등 부문별 토론도 이어졌다.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학계, 언론계 인사 등이 위원회에 포괄돼 있어 다양한 얘기가 오갔을 것이다.
하지만 탁상공론의 성격도 있다. 새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판정이나 잔디, 시설 개선을 위한 작업은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그동안 쭉 추진해온 사업들이다.
대한축구협회는 2월 ‘오픈 그라운드’ 행사에서 심판 배정 자동화, 전임 강사진 확대, 비디오 판독 시뮬레이션 강화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자체적으로 잔디 품질을 위해 ‘피치 어시스트’(경기장 도우미)라는 부서를 만들었고, 구단별 인프라 분석, 컨설팅, 일본 경기장 벤치마킹 등을 해왔다. 시설 소유주인 지자체와의 협력을 위해 연맹과 지자체 잔디 업체 직원 6명으로 구성된 ‘시설개선 그룹’(FDG)도 만들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 또한 5대 프로 종목의 산업 기반 확충을 위해 기초 데이터 작성 등을 해왔다.
프로축구성장위원회 출범이 위에서 내리꽂듯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도 문제다. 문체부는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각계 자문을 구했다고 하지만 위원회 출범과 관련해 취지나 목적 등을 미디어를 통해 설명하고 공감을 얻는 과정은 거치지 않았다. 문체부 차관이 첫 회의에서 공동 위원장을 추천해 달라고 했을 때 특정인이 호명될 때까지 먼저 추천된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위인설관이라는 의심을 낳고 있다.
국가가 특정 종목의 성장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 때는 투명성, 긴급성, 공정성, 시대정신 등을 반영해야 한다.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시급하게 재건돼야 할 위원회는 프로축구성장위원회가 아니라 오히려 법정 기구인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다. 국민의 스포츠권 보장과 주요 시책의 평가·점검, 기본계획을 수립·조정하는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스포츠기본법 제9조)의 구성은 총리실이 하지만 실무 간사기관은 문체부여서 역할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임기가 끝난 1기 위원회의 민간 공동 위원장과 위원들이 선임됐다는 말은 들리지 않고 있다.
정치가 스포츠를 수단화하고, 관료집단이 스포츠 정치에 영혼 없이 편승해 공적 이익이 아니라 사적 이익에 복무하는 것처럼 비친다면 그것은 정책 실패다.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의 표류 사태와 뜬금없는 프로축구성장위원회의 출범은 한국 스포츠 정치의 저급함을 보여준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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