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하무적, 난공불락, 절대무쌍…. 표현할 말이 부족하다. 코디 폰세(31·한화 이글스)가 그렇다.
폰세의 시즌 무패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승리(6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하면서 17연승을 내달렸다. 개막 후 선발 최다 연승 기록을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여차하면 승률 100% 다승왕도 차지할 기세다. KBO리그 역사상 무패의 다승왕은 지금껏 없었다.
폰세는 올해 27경기에 선발 등판해 다승, 승률뿐만 아니라 탈삼진(236개), 평균자책점(1.70) 1위에 올라 있다. 외국인 투수 첫 투수 4관왕에 도전 중이다. KBO리그에서 투수 4관왕은 그동안 구대성(1996년·다승·평균자책점·구원·승률), 윤석민(2011년·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승률)만 이뤘던 대기록이다.
폰세는 향후 두 차례 정도 선발 등판을 남겨두고 있는데 팀 동료인 다승 2위 라이언 와이스(15승)와는 2승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다승왕은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폰세가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친다면 이는 2010년 류현진(1.82·한화) 이후 처음이 된다. 탈삼진 2위는 드류 앤더슨(225개·SSG 랜더스)인데, 역시나 격차가 있다. 폰세는 이미 리그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은 넘어섰다.
폰세는 클래식 스탯뿐만 아니라 세부 지표에서도 ‘으뜸’이다.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은 8.25(전체 1위)이고, WHIP(이닝당 출루허용수)는 0.90이다. 1이닝당 단 한 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을 때가 많았다는 뜻이다. 폰세는 실점 위기가 닥치면 더 강한 공으로 상대를 윽박지른다. 득점권 피안타율이 0.147에 불과하다.

폰세의 강점은 높은 타점에서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는 것이다. 198㎝ 키에서 내리꽂는 평균 시속 153.6㎞(리그 1위)의 포심 패스트볼(최고 구속은 시속 158.6㎞·리그 4위·스포츠투아이 기준)도 위협적인데 여기에 싱커, 커터, 스플리터,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을 섞어 던진다. 특히 킥(kick) 체인지업이 일품이다.
킥 체인지업은 서클 체인지업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지만 낙폭이 더 크다. 최대 10인치(25.4㎝)까지 더 떨어진다. 패스트볼과 같은 투구 폼으로 던지기 때문에 타자는 그대로 방망이를 갖다 댈 수밖에 없다. 폰세는 일본프로야구(NPB)에서는 주로 커터와 커브로 타자를 상대했었다.
폰세가 등판할 때마다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가 대거 구장으로 몰린다. 13일에도 4개 팀이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를 찾아 폰세의 투구를 지켜봤다. 리그 연봉 규모 차이가 커서 내년 시즌 폰세의 메이저리그 복귀는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천상천하 폰세독존’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이제 남은 것은, 그가 어떤 결말로 2025년 가을을 장식하느냐 하는 일뿐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