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2024 바둑대상 공로상 김종화 곽계순 부부

“남편이 고생 많이 했죠.” “아니, 제가 좋아서 한 걸요.”
2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더메리든에서 열린 2024 바둑대상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은 김종화 인천김종화치과 원장·곽계순 한국여성바둑연맹 부회장 부부의 덕담은 ‘바둑 연분 40년’을 압축하는 듯했다. 대학 축제의 바둑 대회에서 처음 만난 ‘커플’은 나중에 결혼했고, 바둑 동호인을 위한 ‘미추홀 바둑리그’를 만드는 등 30년 가까이 생활 바둑 확산의 최일선에서 뛰었다. 1998년 동호인 최강전의 형태로 출범한 리그는 지난 10월 100회 대회를 치렀다. 전국장애인바둑대회도 주최하는 등 바둑 일선에서 25년 이상을 달려왔다.
김종화 원장은 “미추홀 바둑리그는 처음에는 매년 한 차례 열렸지만, 나중에는 한 달에 한 번씩 개최 횟수를 늘렸다. 코로나19 기간에도 띄엄띄엄했지만 대회가 멈춘 적은 없었다”고 했다. 대회는 치과병원 한쪽을 막아서 만든 60평 규모의 ‘김종화치과 바둑발전연구회관’(이하 회관)에서 열린다. 이제는 전국 각지의 동호인들이 미추홀 바둑리그에 참여하는데, 보통 60~80명이 출전한다.
김종화 원장은 “참가자 모두 무조건 4판씩 두고, 모두 이기면 우승이다. 수준에 맞는 사람끼리 경쟁하고 상금을 따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설명했다. 부인 곽계순 부회장은 “남편이 워낙 바둑을 좋아한다. 미추홀 리그를 운영하면서 후원자로, 주최자로, 선수로 1인 3역을 한다”며 웃었다.
한국기원이나 대한바둑협회 등이 바둑보급을 위한 사업을 하지만, 미추홀 바둑리그처럼 민간이 자율적으로 만든 풀뿌리 클럽은 시장 확대의 새로운 모델이어서 상징성이 있다. 대회가 없는 날에는 프로기사가 아마추어를 레슨하는 공간으로 회관을 무상 제공해 바둑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한다.
‘아마 6단’ 남편의 치과 한쪽에서
98년부터 ‘미추홀바둑리그’ 시작
‘동호인 최강전’으로 최근 100회
“참가자들 행복한 표정 보면 힘 나”
아내는 한국여성바둑연맹 부회장
대학 바둑축제에서 만나 결혼
“아내 만난 뒤 서로 바둑 늘어”
한겨레 창간 독자이기도 한 김 원장은 한국기원 공인 아마 6단이다. 온라인 바둑사이트에서는 최고수 수준이다. 인생의 동반자를 만난 뒤 꾸준하게 기력이 쌓였다. 김종화 원장은 “고등학교 때까지 집에서 두던 실력을 믿고 대학교 축제 때 처음 나갔다가 5급 상대에게 모조리 졌다. 하지만 책을 보며 연구한 뒤 이듬해 대회에서는 모두 이겼다. 그때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서로 바둑 실력이 늘었다”고 했다.
바둑이 맺어준 인연은 대학 졸업 뒤 곽계순 부회장이 인천지역의 중학교 수학교사로 발령 난 뒤에도 이어졌다. 김종화 원장은 “군의관 시절부터 아내를 보기 위해 인천에 자주 왔고, 미추홀 기원에 들러 바둑을 두면서 제대 뒤에는 병원도 이곳에서 열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요즘도 틈만 나면 신진서 9단의 기보를 보면서 혼자 바둑돌을 놓는다. 일이 바쁘기 때문에 온라인 실전 대국은 많이 하지 않는다. 곽계순 부회장도 기회만 되면 바둑을 두는 등 감각을 잃지 않으려 한다. 김 원장은 “바둑은 단순한 싸움이 아니다. 포석과 수읽기, 다양한 초반, 중반, 종반 작전 등이 동반되는 두뇌 게임이다. 반집, 한집 승부의 짜릿함은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고 했다.
그렇다면 집에서 부부는 바둑을 둘까? 김 원장은 “집에 오면 설거지도 하고 집사람 얘기도 들어준다.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사이여서 굳이 이기고 지는 싸움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곽계순 부회장은 “바둑 리그에 참여하는 분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면 힘이 난다. 이들을 위해 오랫동안 애써온 남편이 그동안의 노고를 공로상 수상으로 평가받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바둑으로 이어진 부부의 이심전심이 느껴진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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