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책에는 인형을 잃어버릴 뻔한 이야기가 꽤 많이 나온다. 잃어버린 채로 얘기가 끝나는 책은 거의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펼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클 그레니엣의 <어디 있어, 곰돌아?/ 곰 인형아, 왜 슬퍼?>는 곰 인형을 잃어버린 아이와 주운 아이의 시점에서 각각 이야기가 전개되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제즈 앨버로우의 <내 곰 인형 어디 있어?>는 한 아이와 숲속에 사는 큰 곰이 인형을 잃어버렸다가 찾는 내용이다. 유쾌한 화풍의 그림과 신선한 엇갈림이 즐거움을 준다. 모 윌렘스의 <내 토끼 어딨어?>와 <내 토끼가 또 사라졌어!> 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다. 애착인형을 둔 아이의 부모라면 무척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다. 반려인형의 매력이 유감없이 담긴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책 <은지와 푹신이>에서도 여우 인형 푹신이가 은지와 헤어질 위기에 놓인다. 물론 다시 만난다.
나도 곰 인형을 가족처럼 여긴 지 25년이 됐다. 오랫동안 사랑하던 곰 인형을 택시에 두고 내리는 바람에 영영 못 만나게 되었을 땐 며칠 동안 울기만 했다. 자책도 하고, 되찾을 길도 없는데 희망을 품어도 보고, 분실물을 돌려주지 않는 택시 기사를 원망도 했다. 인형 하나에 웬 호들갑이냐 싶지만 나에게는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에 슬펐다.
그 이후로 강박에 빠져든 적도 있다. 순남이만큼은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심정이었다. 연락처를 적은 목걸이를 만들어 걸어두기도 하고, 이불 밖은 위험하다며 집 안에만 고이 모셔두고 밖에 데리고 다니지 않았다. 더 이상 낡지 말라고 ‘겨울잠 기간’을 정해두기까지 했다. 그러다 점점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우리네 인생사를 받아들여 다시 순남이를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는 평범한 곰 인형 반려자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순남이를 여러 번 잃어버릴 위기를 겪었지만 운 좋게도 매번 다시 찾았다. 산속 오솔길에 두고 왔다가 <내 곰 인형 어디 있어?>의 주인공처럼 헐레벌떡 다시 찾으러 간 적도 있고, 식당에 놓고 오는 바람에 다시 가서 ‘곰상착의’를 다급히 설명한 적도 있다. 길에 떨어뜨린 줄도 모르고 집에 왔다가 몇 시간 만에 길가에 차디차게 누워 있는 순남이를 발견한 적도 있다. 이렇게 덜렁대는 내 곁에서 20년째 얌전히 낡아가고 있는 순남이한테 감사할 뿐이다.
정소영(출판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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