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이민’ 이야기를 들은 게 1년 전쯤이었다. 여행지로만 여기던 제주도로 이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자로서 생활인으로서 구미 당기는 이야기였다. 한겨레 매거진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게스트하우스 레이지박스를 운영하는 이재하(37)·하민주(33)씨 부부는 지난해 제주로 ‘이민’ 갔다. 워낙 제주를 좋아했던데다 결혼 뒤 서대문에서 수원까지 출퇴근하는 생활이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고 한다. 도시에서의 불행한 속도전 대신 게으른 행복을 택한 것이다. 이들처럼 제주 이민자들 대부분이,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샛별처럼 떠오른 30대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10여년 전 제주에 들어 제주시 산천단에서 바람카페를 운영중인 이종진(46)씨는 “1~2년 사이에 제주도로 살러 오는 사람들은 30대가 많다”고 말했다.
30대 후반, 멀쩡한 대기업에 잘 다니는 직장인 ㄱ씨. 그 역시 요즘 서울살이를 접어야 하는가 고민에 빠져 있다. 겉으로는 별문제 없다. 10년 전 어렵사리 취직했지만 회사에서 잘나가고 맞벌이 아내도 탄탄한 직장에 다닌다. 5살짜리 아이도 잘 자란다. 그러나 새벽에 출근해 별도 없는 밤하늘 보며 퇴근하기가 일상이다. 보모를 두고는 있으나 아내는 육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돈? 많이 들어가지만 돈보다 더 큰 문제는 보모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 한달 백수십만원 주고 중국동포 아줌마를 고용하고 있지만 불안불안하다. 다른 이들은 요즘 필리핀 여자를 쓰고 있단다. 그나마 보모 둘 여유가 있다는 것, 불안하나마 보모가 그만두지 않고 있다는 것, 이것만 해도 배부른 고민이라고들 한다. 초등학교 들어가면 더 힘들다는 데 걱정이다. 집 문제는 아예 포기했다. 선배 세대는 그나마 아파트 분양이라도 받을 수 있었다는데, 분양가 치솟는 데 질겁한 지 오래다. 까짓 안정적인 전세면 되겠지 했는데, 전셋값이 이젠 집값 못잖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가야 할 처지다. 포기다.
미혼의 30대들은 또다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청춘남녀의 숙원이라 할 연애사업을 보면 그들의 삶이 포착된다.
이래저래 30대는 서울이라는 이름의 욕망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왜? 행복하지 않으니까. 행복을 찾아 떠나거나 행복을 포기한 채 생존에 존재 이유를 맞추거나. 이런 이들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제 더는 오지 않는 행복을 기다리지 않겠다는 뜻일까. ‘서울’을 ‘제주’로 만드는 데 30대가 팔 걷어붙여 나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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