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진’을 아는가. 레진은 합성수지의 총칭이며 그 종류와 활용도는 매우 다양하다. 치과에서도 많이 쓰는 의료용 레진의 매커니즘은 잘 모르겠다. 그 또한 매우 전문적인 영역일 거다. 목공용은 ‘에폭시 레진’이다. 원목을 다루는 목공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다.
목수들의 오랜 고민. 갈라지고 터진 목재의 틈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보통 옹이가 있는 부분이 많이, 자주, 심하게 갈라진다. 어쩔 수 없으니 잘라내고 옹이를 피해서 썼다. 건조 과정에서 갈라진 나무도 잘라내는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버리고 못 쓰는 양이 많아진다. 게다가 옹이는 아름답다. 나무가 뒤틀리고 터지는 아픔을 견뎌내면서 새로운 가지를 뻗어간, 생명의 흔적이다. ‘컬리’(curly)라고 부르는 홀로그램 문양도 이런 부위에서 많이 나온다. 컬리는 원목에 피어나는 꽃이다.
갈라지고 터진 목재를 수선해서 써보자는 목수들의 욕망이 다양한 기술을 발전시켰다. 예전에는 나무를 가공하면서 나온 고운 톱밥을 접착제에 이겨서 채워 넣었다. 최대한 비슷한 색상으로 나무의 틈을 보수하려는 고육책이다. 당연히 강도와 완성도가 떨어지고, 본드 덩어리가 박혀 있는 셈이니 사용자에게도 좋을 게 없다. 이후에는 다양한 ‘우드퍼티’라는 제품들이 나왔다. 점토같은 상태의 퍼티를 갈라진 틈에 채우고 굳힌 뒤 샌딩하면 꽤 괜찮은 마감이 나온다. 비교적 빨리 굳고 색상도 다양해 다양한 목재에 대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세한 수준이 아닌 커다란 틈을 채우기에는 무리고, 충분히 단단하지도 않다. 어쨌든 우드퍼티에도 한계는 뚜렷하다.
단단한 친환경 소재
‘레진’을 목공에 접목하자 혁명이 일어나게 된다. 목공용 레진은 정말 재미있는 재료다. 천천히, 그리고 단단히 굳기에 그렇다. 액체 상태의 레진은 후가공이 가능한 만큼 굳기까지 주변온도 25도 기준으로 36시간이 걸린다. 이 ‘천천히 굳는다’는 점이, 목재의 활용 가능성을 극적으로 끌어올린다. 굳기 전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목재의 커다란 틈을 채우는 데 끝나는 게 아니라 미세한 조직사이까지 빈틈없이 스며든다. 그리고 일단 굳으면 매우 단단해진다. 일부러 칼로 긁어내지 않는 한 이물질이나 화학물질이 나오지도 않는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매우 친환경적인 소재라는 얘기다. 나무의 결함을 보완해 주는 레진이라니. 나에겐 레진 같은 사람이 있는가. 나는 다른 누군가에게 레진 같은 존재인가. 나무를 만지는 동안에는 이런저런 상념에 젖게 되는 것이다.
‘단단함’을 이야기해보자. 물질의 경도를 측정하는 ‘쇼어 경도’(shore hardness)라는 측정방식이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산 1위 업체인 ‘퓨어크리스탈레진’ 제품의 경우 완전히 굳었을 때 쇼어 경도 측정 방식으로 고급 가구에 널리 사용되는 월넛(호두나무)이나 메이플(단풍나무) 등의 하드우드보다 단단하다고 한다. 이 회사의 손종탁(52) 이사는 설명한다. “목재가 레진을 만나면 그 활용 가능성이 극대화됩니다. 작업성도 우수하고 가구를 이용하는 고객의 건강에도 문제가 없는 친환경적인 소재를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꼭 목재가 아니어도, 어떠한 형태의 틀(몰드)에 부어도 정확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레진 자체는 투명한데 조색이 만능이다. 스승의 공방에서 처음 목공을 배우면서 ‘한국아트크래프트협회’의 전문가 과정도 이수했다. 협회의 ‘레진우드 마스터’ 과정에서는 레진과 우드슬랩 목재를 이용한 테이블을 제작하게 되는데, 처음으로 직접 월넛 테이블을 만들었다. 나무를 다듬고, 엠디에프(MDF) 소재로 된 틀을 만들고, 목재에 레진을 접목하기 위해 전처리(목재의 표면에 미리 레진을 발라 기포발생을 억제하는 행위)도 해야 하고…. 어쨌든 할 일이 많고 공정도 복잡하다.
준비가 끝나면 레진을 부을 차례다. 보통 우드슬랩 테이블의 두께가 5㎝ 정도인데, 레진은 완전한 경화를 위해 한번에 1~2㎝ 안팎의 두께로 붓고, 굳으면 다시 부어야 한다. 붓는다고 끝이 아니다. 계속 살펴보면서 올라오는 기포를 제거하고, 레진이 흘러내리는 부분이 없는지도 체크한다. 약간 화려함을 더해보고 싶어서 레진에는 붉은색을 넣어줬다. 레진을 붓고 모두 굳으면 끝없는 샌딩이 이어지고, 미세한 스크래치를 없애고 광택을 내는 폴리싱 작업도 해야 한다. 그리고 오일로 마감하고 다리를 부착하면 비로소 테이블 하나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첫 번째 레진 테이블은 큰 아이 책상으로 잘 사용하고 있다. 테이블을 방에 들여놓을 때 아들의 탄성과 환호를 잊을 수 없다. “야, 이게 레진이군요. 아빠, 정말 예뻐요!”

비경험자도 가능한 ‘레진우드 과정’
나는 이미 목수로 스승의 공방에서 일하고 있던 입장이었지만 함께 레진우드 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동기는 비경험자였다. 목공에 특별한 경험이 없어도, 과정을 이수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직접 완성도 높은 레진 테이블을 만들고 사용할 수 있다는 건 매우 특별한 경험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도전해보시길 권한다.
커다란 가구만 만드는 게 아니다. 레진을 이용한 ‘아트 바닥’이라는 장르도 있다. 제주 함덕 해변의 레스토랑 ‘반디파스타’의 바닥은 레진으로 제주의 파도와 바다를 표현하고 있다. 창밖도 바다, 레스토랑의 바닥도 바다와 해변이다. 정말 환상적이지 않은가. 레진 공예의 가능성은 그만큼 무궁무진하고 관심도 뜨겁다. 당장 ‘레진공방’을 검색하면 집 주변에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예 레진을 이용해 회화 작품을 제작하는 이도 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헤이리아트크래프트스튜디오’의 이지연(55) 작가는 2015년부터 ‘레진 회화’라는 낯선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 중 한 명이다. 평면적 그림에 그치는 게 아니라 결과물에 ‘부감’을 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작가의 최근 작품인 ‘항아리 연작’을 보면, 항아리 모양의 그림이 실제 항아리처럼 우아한 깊이감을 주는 곡선을 드러낸다. 회화인 동시에 조형물이다.
“단순히 물감이 아니라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는 게 현대 회화의 일반적 흐름입니다. 레진을 활용하면 목재뿐 아니라 자갈·솔방울·꽃 등의 자연물까지 어떤 오브제도 함께 사용할 수 있어요. 게다가 그 결과물도 반영구적이라는 게 레진 회화의 장점이죠.” 이 공방에서는 ‘원데이 클래스’뿐 아니라 다양한 수준의 전문가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글·사진 송호균 나무공방 쉐돈 대표
한겨레 기자로 일했다. ‘이대로는 도저히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생각해 2016년 온 가족이 제주도로 이주했다. 본업은 육아와 가사였는데, 취미로 시작한 목공에 빠져 서귀포에서 목공방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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