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세월호 참사 1주기 뒤 서울 도심에서 이어지고 있는 집회·추모행사를 향해 사실상 ‘전면전’을 선언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와 진상규명 여론 앞에 견고한 차벽을 세우고 대규모 연행에 나서는 경찰의 ‘불통’은 7년 전 이맘때와 너무 닮았다. 2008년 광우병 반대 촛불집회 당시, 강경진압으로 ‘공안 경찰’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기억을 그사이 잊은 듯하다.
경찰은 세월호 참사 추모제 참석자들을 “현존하는 위협”으로 간주하고 불법집회로 규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추모집회의 주동자를 찾아내겠다며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폭력집회라는 낙인찍기에도 나섰다.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0일 기자들에게 “18일 집회는 불법을 넘어서 폭력집회로 변질해 2008년도 광우병 촛불집회 양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구은수 청장은 2007~2008년 종로경찰서장을 맡아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집회 등을 치른 경험이 있는 ‘경비통’이다.
경찰의 과도한 차벽 사용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에도 무신경한 반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예방적으로 차벽을 쳐두는 부분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례에 가깝지만 (현재 차벽은) 현존하는 위험을 막고 추가 위험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행위”라고 했다. 차벽을 미리 치지 않고 행진 시작과 동시에 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경찰의 이런 대응 기조는 2008년 5월부터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졌던 광우병 반대 촛불집회 때의 모습과 닮았다. 당시 경찰은 평화로운 집회 운영을 유도하기보다 집회 장소 주변을 원천봉쇄하고 강경대응하는 데 힘썼다. 결국 집회 참가자들과의 갈등을 돋우면서 광화문네거리에 대형 컨테이너를 쌓아 집회를 막아야 했다. 당시 경찰의 판단은 ‘명박산성’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촛불집회는 여름을 지나 9월까지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의 추모 열기는 다음 주말을 거쳐 노동절(5월1일)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때까지도 경찰이 계속 차벽을 쌓은 채 세월호 국민대책위 속에서 집회 주동자 찾기에 열을 올린다면 서울 도심의 대치는 쉽게 끝나지 않을지 모른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