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12·3 내란사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검찰 수사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과거 권력 누수기에 대통령을 겨냥했던 것처럼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을 강도 높게 수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내란 수사와 관련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우선 수사하고 이후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윤석열·한동훈 라인이 내란 사건 축소, 윤석열 구속, 검찰 수사권 회복, 검찰 정권 창출 후 윤석열 사면 등의 목표에 따라 시나리오 수사 기획을 시작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를 이끄는 박세현 본부장(서울고검장) 탄핵도 검토한다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10일 검찰이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비상계엄 문건을 작성했던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에게 내란 혐의를 결국 적용하지 않은 것을 두고 “검찰이 조현천과 마찬가지로 윤석열에게도 내란죄가 아닌 단순 직권남용죄만을 적용해 사건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 특수본의 수사 담당 검사가 내란 음모·실행 등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라 김용현 중심으로 이뤄진 것처럼 질문했느냐”는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자 조 의원은 “박 본부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현대고·서울법대 후배이고 박 본부장 아버지와 한 대표 장인은 막역한 사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특수본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곽종근 특전사령관에 대한 조사 당시, 본건 피의자들의 주요 혐의 내용은 충분하게 조사되었고, 향후 관련 서류는 증거자료로 공개된 법정에 제출될 예정”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검찰 지휘부와 윤 대통령 및 참모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과거 근무연으로 얽혀 있는 상황에서 엄정한 수사가 되겠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한 부장검사는 “김주현 민정수석이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심우정 검찰총장이 검찰과장이고 박 본부장이 소속 검사로 일한 인연이 있어 수사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은 야당 수사에 나서고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불공정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윤 대통령 내란 사건 수사에 조직의 명운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격변기에 검찰 조직이 살기 위해 윤 대통령을 강도 높게 수사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관측이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여태껏 잘못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 의지를 우려할 만도 하다”면서도 “검찰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스스로 존재 가치가 없다고 자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내란죄 수사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공안 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변호사도 “정권 교체가 유력한 상황에서 검찰은 조직을 보전하기 위해 이번 수사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 용산도 검찰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초기에 적폐 수사에 나섰던 것과 비슷한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