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전 카이스트 학위수여식 도중 한 석사 졸업생이 “알앤디 예산 복원하십시오”라고 소리치는 순간 경호원이 입을 막으며 제지하고 있다. 대전충남사진공동취재단
16일 대전 카이스트 학위수여식 도중 한 석사 졸업생이 “알앤디 예산 복원하십시오”라고 소리치는 순간 경호원이 입을 막으며 제지하고 있다. 대전충남사진공동취재단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위 수여식에서 축사를 하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항의한 졸업생이 강제 퇴장당하는 일이 벌어지자, 시민사회에서도 대통령경호처의 ‘직권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참여연대는 18일 논평을 내어 “21세기 대한민국이 대통령에게 정부 정책에 대한 항의도 못 하는 독재국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통령 경호라는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민주주의 국가의 주요한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고 비판했다.

지난 16일 윤 대통령이 카이스트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라.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제가 여러분의 손을 굳게 잡겠다”고 축사를 하던 도중, 한 졸업생이 “알앤디 예산 복원하십시오”라고 항의하자, 대통령실 경호원은 졸업생의 입을 손으로 막으며 저지했다. 뒤이어 졸업생이 저항하자 경호원 여러명이 그의 팔다리를 들고 행사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이 졸업생은 이날 카이스트 대학원을 졸업한 신민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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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경호처가 경호 구역 내에서의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고 밝혔지만, 참여연대는 “직권남용”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경호법에서 정의하는 ‘경호’는 ‘대상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신체에 가해지는 위해를 방지하거나 제거하기 위한 안전활동’을 의미하는데, 알앤디 예산 삭감에 대해 큰 소리로 반대 의사를 밝힌 행위는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윤 대통령은 과잉경호에 대해 사과하고 대통령경호처장은 직권을 남용한 직원을 징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번 사태가 비판적 언론과 국민을 봉쇄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인식과 태도로부터 기인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앞서 지난 1월 강성희 진보당 의원도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현장에서 윤 대통령에게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하다가 비슷하게 퇴장당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윤 대통령은 진정성도 없는 공허한 축사를 할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민의 쓴소리를 겸허히 경청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