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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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유튜브 채널 ‘육퇴한밤’이 아이 발달·정서·교육에 대한 고민을 상담해드립니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친정엄마, 옆집 엄마, 조리원 동기도 해주지 못하는 뾰족한 답변으로 자녀 걱정을 덜어드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연] 불안도가 높은 초등 1학년 남자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 물이 가득 찬 곳을 차로 지나가면서 제가 좀 무서워했더니 아이가 비만 오면 홍수가 나냐고 걱정합니다.

얼마 전에는 아이가 잠깐 집에 혼자 있을 때 소방점검을 한 적이 있어요.

애가 너무 놀라 울면서 바깥으로 나왔는데 그 뒤로 모든 게 무섭다고 24시간 저에게 붙어있습니다.

심지어 집안에서 화장실, 냉장고에 가는 것도 같이 가자고 합니다.

육퇴한밤: 예준이(가명)는 불안도가 높은 아이네요. 소방점검 사이렌이 들릴 때 집에 혼자 있었으면 많이 무서웠을 것 같아요. 냉장고 갈 때도 엄마가 같이 가야 할 정도면 심각해 보이기도 하고요.

김효원 교수님: 불안은 타고나는 기질인데요. 예준이는 기질적으로 불안이 높고 예민한데 소방점검 사이렌 때문에 놀라서 불안이 더 심해진 것 같아요. 불안이 높은 아이에게 불안을 증가시키는 ‘불안 방아쇠’가 당겨진 셈인데요. 이런 상태가 되면 아이들은 자신의 불안에 압도되어서 실재하는 위험의 정도를 정확하게 평가하지 못하게 됩니다. 아이가 자신의 불안을 견디고, 말로 표현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과 더불어서 원래 가지고 있는 예민함을 낮출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요. 부모님들께서 노력하실 수 있는 부분들도 있겠지만, 학교에 가기 어렵거나 학교생활이 불안 때문에 영향을 받거나, 일상생활의 문제가 있다면 치료가 필요합니다.

육퇴한밤: 불안을 높이는 요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안정감을 주는 방법도 달라질 것 같아요. 불안감이 높은 아이들은 환경적으로도 만들어질까요?

김효원 교수님: 불안감은 타고나는 기질이라 부모님이 잘못 키워서 그렇게 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예민한 아이가 예민함과 불안함을 잘 조절하고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예민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제일 중요하고요. 아이 자신이 가장 힘든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큰 위로가 됩니다.

육퇴한밤: 아이가 유난스럽다고만 볼 게 아니라 이해가 필요하군요. 불안감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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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원 교수님: 먼저 부모가 아이의 안전 기지가 되어줘야 해요. 예민한 아이들은 외부와 내부의 자극을 실제보다 위협적으로 받아들이고 크게 반응합니다. 그럴 때 부모가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안심시켜주면 아이의 불안이 줄어듭니다. 두 번째는 부모 자신의 불안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안은 전염성이 강한 것이어서 부모가 더 불안해하거나 안절부절못하게 되면 아이의 불안은 몇 배로 증가합니다. 세 번째는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세요. 아이들은 모호한 불편함과 짜증을 느낄 뿐, 지금 자신이 경험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잘 설명하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아이를 대신해서 불안한 마음을 말로 표현해 주는 거예요. “소방훈련 사이렌이 울렸을 때 무슨 일이 난 것 같아서 엄청 놀랐는데, 엄마가 없어서 더 무서웠구나. 다음에 진짜 무서운 일이 생겼을 때도 엄마가 옆에 없을까 봐 걱정이 많이 되지?”와 같이 말입니다. 불안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불안을 조절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데 이런 과정을 통해서 배울 수 있습니다. 아이가 감정적으로 흥분한 상태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위험한 행동을 한다면 명확하게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것도 필요해요. 마지막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아이만의 방법이 필요합니다. 복식 호흡이나 ‘버터플라이 허그’(양팔을 X자로 교차해 두 팔이 어깨를 토닥이는 것)와 같이 자신의 신체적 자극에 더욱 집중하도록 하는 방법도 좋고요.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하고 불안을 낮출 수 있는 말을 스스로 하도록 가르치는 것도 좋습니다.

김미영, 박수진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