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
0
6월25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25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상급병원)의 경증 환자 진료를 줄이고, 전문의·진료지원(PA) 간호사 등을 늘려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이탈 공백을 메우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선 현실성 떨어지는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전문인력 중심병원’으로 (상급병원들을) 차질 없이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또 빠르면 9월부터 착수하는 시범사업을 통해 2027년까지 상급병원마다 5∼15%의 일반병상을 감축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정경실 단장은 “(줄어든 진료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중환자 수술·처치 관련 건강보험 수가(진료비), 응급실 당직 수가 신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전문인력 중심병원’을 구축하기 위해 숙련 의사인 전문의를 중심으로 상급병원을 재편하고, 중증 환자 진료 역량을 높이겠다고 했다. 진료지원 간호사도 전공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정경실 단장은 “전공의가 담당했던 업무를 전문의와 진료지원 간호사가 담당할 수 있도록, 병원 자체적인 훈련 프로그램 도입과 업무 효율화 과정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광고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내년 전문의 배출이 예년 10분의 1에 그쳐 정부 구상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5일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 레지던트 1만506명 중 출근자는 1093명(10.4%)뿐이었다. 수도권 한 의료원장은 “내년 배출될 전문의가 급감해 대학병원들은 전임의(펠로) 구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경영난을 겪는 병원이 느는데, 정부의 대책은 안일하다. 무엇보다 전공의 복귀가 급선무”라고 짚었다.

진료지원 간호사로 전공의 공백을 메운다는 방안도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술 등을 보조할 만큼 숙련된 간호사를 단기간에 기르기 어려운 데다, 정부 방안엔 이들을 채용할 인건비 지원 등의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한 상급병원장은 “병동 야간 당직 등을 도맡는 전공의 한명을 대체하려면 진료지원 간호사 3∼4명을 고용해야 한다”며 “의-정 갈등 이후 진료 수익이 크게 줄어 그만큼 간호사를 채용할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