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전체 경기의 4분의 1가량이 폭염 속에 치러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201년 월드컵 장면. 세계기상특성 누리집 갈무리
다음달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전체 경기의 4분의 1가량이 폭염 속에 치러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201년 월드컵 장면. 세계기상특성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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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개막하는 축구 월드컵에서 전체 경기의 4분의 1가량이 견디기 힘든 더위 속에서 치러질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역대 가장 더웠던 1994년 미국 월드컵 때보다 더 심한 폭염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7월19일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포드에 위치한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릴 월드컵 결승전도 예외가 아니다.

다국적 기후변화 연구기관인 세계기상특성(WWA·World Weather Attribution)은 지난 14일(현지시각) 2026년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과 기후변화의 관계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올해 월드컵은 6월11일부터 7월19일까지 미국·캐나다·멕시코 세 나라에서 열리는데, 전체 도시 16곳에서 104 경기가 진행될 예정이다.

연구진은 각종 기상 정보와 경기가 열리는 시간대 등 여러 변수를 반영한 통계 모델을 활용해, 각 경기에서 습구흑구온도(습구흑구온도, WBGT·Wet-Bulb Globe Temperature)가 어떻게 나타날지를 예측했다. 습구흑구온도는 기온뿐 아니라 증발 냉각, 복사열, 바람의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열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지표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크리스 멀링턴 연구원은 “건조하고 산들바람이 부는 30도 날씨는 습도가 높고 햇볕이 강하며 바람이 거의 없는 30도 날씨와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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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북중미 월드컵 기간 동안 북미 지역 최고 습구흑구온도(WBGT, 왼쪽) 및 일 최고기온(오른쪽) 변화. 흰색 원은 대회가 열리는 경기장의 위치. 세계기상특성 제공
2026년 북중미 월드컵 기간 동안 북미 지역 최고 습구흑구온도(WBGT, 왼쪽) 및 일 최고기온(오른쪽) 변화. 흰색 원은 대회가 열리는 경기장의 위치. 세계기상특성 제공

국제 축구 단체들도 습구흑구온도를 열 스트레스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는 습구흑구온도가 26도 이상이면 경기 중 의무적으로 휴식 시간을 도입하고, 28도 이상이면 경기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라고 권고한다. 다만 월드컵을 주관하는 국제축구연맹은 습구흑구온도 32도 이상일 때에야 비로소 휴식 시간이나 경기 연기 등을 검토하도록 해,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이번 월드컵에서 25.6 경기가 습구흑구온도가 26도 이상인 상태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9.3 경기는 에어컨이 없는 상태에서 치러진다.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가 경기 취소를 권고하는 임계점인 28도 이상에서 치러질 경기는 5경기로 나타났다. 위험도가 가장 높은 세 곳은 마이애미, 캔자스시티, 그리고 결승전이 열리는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였다. 연구진은 “캐나다와 미국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북부 또는 해안 도시에서는 비교적 온화한 기온을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과 멕시코의 남부 및 내륙 지역에서는 30도에 육박하거나 초과하는 높은 기온, 또 해안 지역과 중서부 지역에서는 높은 습도 탓에 더위로 인한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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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보다 0.7도 더 낮은 것으로 평가된 1994년과 비교할 때 2026년 월드컵 개최 경기장의 6~7월 습구흑구온도의 강도 변화를 나타낸 그림. 세계기상특성 제공
현재보다 0.7도 더 낮은 것으로 평가된 1994년과 비교할 때 2026년 월드컵 개최 경기장의 6~7월 습구흑구온도의 강도 변화를 나타낸 그림. 세계기상특성 제공

무엇보다 연구진은 미국이 마지막으로 월드컵을 개최했던 1994년과 비교할 때, 인위적인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짚었다. 습구흑구온도 26도 이상에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 수가 1994년 21.3경기에서 현재 25.6경기로 늘어난 것이다. 1994년과 비교할 때, 현재 대부분의 경기장에서 습구흑구온도는 0.6~0.7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올라가는 조건이라면, 앞으로도 26도 이상의 습구흑구온도가 발생할 가능성은 더 커지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보고서는 “고온의 습구흑구온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늘어난 것은 인위적인 기후변화에서 비롯됐다고 확신할 수 있다”고 짚었다. 연구진은 “에어컨 보급 확대 및 냉방 시설 확충 같은 실질적인 ‘적응’ 조처가 없다면, 온난화되는 기후 속에서 북반구의 여름에 축구 경기를 하는 것이 선수와 관중 모두에게 점점 더 위험해질 것임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적응’ 조처뿐 아니라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한 신속한 ‘완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