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에 설치돼 있는 오염수 보관 탱크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 설치돼 있는 오염수 보관 탱크들. 연합뉴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16일 일본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사선 영향평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침을 편의적으로 차용해 한국을 비롯한 인접국 시민들이 받을 수 있는 피해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도쿄전력에 제출했다.

그린피스가 제출한 의견은 도쿄전력이 지난달 발표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사선 영향평가 보고서’ 초안에 대한 검토 의견이다. 도쿄전력은 이 초안 보고서에서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더라도 해양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경미하다”고 주장하고, 오는 18일까지 해당 보고서에 대한 외부의견을 수렴해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이 보고서에 대해 “오염수 해양 방류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도쿄전력의 단편적인 방사선 평가”라며 “도쿄전력은 충분한 과학적 근거 없이 10㎢ 범위 이상의 해역과 해양 생태계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단정 지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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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전력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침에 따라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린피스는 “검토 결과 도쿄전력은 방사선 영향평가 대상을 매우 지엽적이고 협소한 영역으로 설정했을 뿐 아니라 아이에이이에이의 지침을 편의적으로 차용했다. 결국 현재의 방사선 영향평가 범위에 한국을 비롯한 인접국 시민들이 받을 수 있는 피해 영향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이에이이에이의 일반안전지침(No.GSG-9)은 방사선 영향평가를 할 때 자연 방사능, 핵무기 실험, 원전 사고 등의 영향을 고려해 원전 부지 주변의 물, 토양, 식물, 곡물 등 다양한 환경 영역의 방사능 농도도 함께 측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도쿄전력이 이런 지침에 명시된 종합적인 환경 영향 평가를 이행하지 않았고, 오염수가 최소 30년간 방류되며 해양 생태계에 끼칠 장기적인 피폭 피해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린피스는 “이것은 오염수 방류로 인한 해양 생물과 이를 섭취한 인간에게 이어질 피폭 위험 등 잠재적 영향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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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는 또 보고서에 올해 3월 발표된 일본 전력 중앙연구소의 조사 결과 등 최근까지 밝혀진 방사성 오염경로가 포함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새로운 방사성 물질의 오염 경로가 발견된 경우 평가에 반영하라는 아이에이이에이의 권고를 지키지 않은 것이란 주장이다. 일본 전력 중앙연구소가 후쿠시마 연안의 퇴적물에서 채취한 7개의 샘플에서는 모두 세슘 고함량 미립자가 발견됐다.

그린피스는 보고서가 오염수 해양 방류의 불가피성을 해명하지 않고, 후쿠시마 원전 폐로가 오염수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다루어지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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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리 그린피스 탈원전 캠페이너는 “도쿄전력의 방사선 영향평가는 오염수의 2차 정화 처리가 반드시 성공하는 상황만 전제하고 있어 현실과 큰 괴리가 있다”며 “다핵종제거설비(ALPS)가 수년간 고독성의 방사성 물질을 온전히 처리하는 데 실패를 거듭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는 오염수 해양 방류 자체가 과학·기술적으로 불가피한지에 대한 도쿄전력의 검증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