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꼼수다> 팀이 ‘주적’이 됐다.
지난 21일 ‘나는 꼼수다 봉주 3회’에서 김용민 피디가 “정 전 의원께서는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시고 부끄럽게도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계십니다. 그러하오니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한 뒤다. 김 피디는 변사 목소리로 정봉주 전 의원의 수감 생활을 뉴스 형태로 전하면서 이렇게 발언했다.
이 말은 ‘나와라 정봉주 국민운동본부’ 누리집에 ‘푸른귀’라는 아이디의 여성이 비키니를 입은 사진을 올린 뒤 나왔다. 이 여성은 자신의 가슴에 ‘가슴이 터지도록 나와라 정봉주’라는 문구를 썼다. 이어 2~3명의 여성이 역시 비슷한 형식의 사진을 올렸다.
이에 대해 소설가 공지영씨는 트위터에 “마초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여성의 성징을 드러내는 석방운동을 반대하며 그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나꼼수 팀과는 분명히 의견을 달리한다”며 “이 사건은 매우 불쾌하며 당연히 사과를 기다린다”고 적었다. 영화감독 이송희일씨도 “자칭 '진보' 남성들이 정치 이슈를 부각하기 위해 여성의 신체를 동원하는 행태는 여성의 성을 대상화하고 수단화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비키니 사진을 올린 것은 한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행위라고 보지만 그 사진을 소비하는 마초적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별 생각 없이 한 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사람들 중 일부는 그것을 차별로 느끼고 불쾌할 수 있습니다. 별 문제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차별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문제가 되는 겁니다”라며 “ 문제제기한 여성들은 ‘나꼼수’는 여성을 함께하는 동지이기 이전에 ‘여성’으로 대상화시킨다고 생각하는 겁니다”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나꼼수가 어떤 존재였나요? 강자들의 세상에서 목소리도 제대로 못 내던 사람들의 입장에서 서서, 시원하게 욕지거리 한판을 벌여준 거잖아요. 그런데 여성이라는 약자가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데, ‘그냥 내버려둬라?’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라며 ‘나꼼수’팀의 태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보통 사람들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유아무개(31·여)씨는 “<나는 꼼수다 >방송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지만 크게 수치감을 느끼지 않았다”며 “논란이 된 뒤 사건에 대해 생각해보면, 사진을 올린 것은 여자고 그 주장에 대해서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것도 여자이기 때문에, 여성을 대상화한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오히려 감옥에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의 답답한 상황을 성적 코드를 이용해 희화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소규모 출판사에서 일하는 편집자 김아무개(36·여)씨는 “애시당초 그들의 캐릭터는 ‘거침없는 마초’ 캐릭터였고 ‘나는 꼼수다’는 비주류 창고방송이었다”며 “골방토크에서 진행하던 정권에 대한 패러디에 너무 엄숙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요즘은 사회 모든 분야에 ‘팬덤’이 형성되고 있는데 정치 분야에도 같은 종류의 ‘팬덤’이 형성되고 있고, 그렇게 정치 영역도 다양화·다원화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를 위험하게 보고, 사회질서를 위협한다고 보는 것은 그만큼 위협당할 만한 권위와 사회질서라는 게 있는 엄격하고 엄숙한 사회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직장인 권아무개(31·남)씨는 “<나는 꼼수다>는 진지함을 벗어던지고 일상의 언어로 정치를 쉽게 만든 측면이 있다”며 “욕을 하는 것까지는 오케이인데 사실은 ‘여성’을 건드린 것을 기화로 해서, <나는 꼼수다>에 대한 태도로 진보인사들이 사분오열되는 것 같고, 또 누군가는 그걸 조장하거나 즐기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불편하다는 시각도 많았다. <나는 꼼수다>를 꼭 챙겨듣는 간호사 김아무개(36·여)씨는 “이번에는 좀 과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미 그들의 방송은 공중파와 비슷한 전파력과 영향력을 갖게 된 만큼 조금 발언을 자제했어야 한다”며 “너무 신중하면 ‘나꼼수’가 아니지만, 녹화할 때는 마음놓고 하고, 편집 과정에서 조절한다면 충분히 이런 논란 없이 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나는 꼼수다>의 김용민 피디는 “당분간 침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침묵의 의미는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고, 현재는 어떤 발언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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