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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윤석열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에서 내란죄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동시에 받게 됐다. 그의 정치 자산은 검찰총장 시절 문재인 정부와 불화하며 만들어낸 ‘공정’과 ‘법치’의 이미지였다. 2019년 8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전방위 수사와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의 극한 갈등으로 정치적 몸집을 불려온 그는 2021년 3월 총장직을 박차고 나온 뒤 같은 해 6월29일 대선 도전을 선언했다. 출마 선언문에 “상식을 무기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썼다.
그러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거쳐 2022년 3월9일 치러진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5월10일 대통령에 취임한 뒤 자신의 상징이자 자산이었던 공정과 상식을 스스로 걷어차기 시작했다. 특히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여러 의혹 앞에서 공정과 상식이란 잣대는 늘 무력했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은 검찰의 ‘특혜 조사’ 논란 속에 기소를 피해 갔다. ‘김건희 특검법’엔 세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시중엔 김 여사가 ‘브이 제로’(V0)라는 말이 돌았다. ‘채 상병 특검법’도 연거푸 거부했다. 지난 3월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오스트레일리아 대사에 임명한 것은 공정·상식·법치를 모두 내팽개친 상징적 장면이었다. 명태균씨의 폭로로 드러난 국정농단 정황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여소야대 상황에 놓여 있었다. 국정을 원활히 운영하려면 국회와의 소통과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취임 첫해부터 당무에 개입해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쫓아냈고, 야당과 비판 세력을 싸잡아 ‘반국가 세력’ ‘공산 전체주의 세력’ 등으로 공격했다. 야당 대표와는 4·10 총선 참패 뒤 딱 한번 일대일 회담을 했을 뿐 다시 만나지 않았다.
‘불통’은 국민을 향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취임 첫해 만 5살 취학연령 하향, 지난해 6월 수학능력시험 ‘킬러 문항 배제’ 지시, 의대 증원 등 체계적인 준비와 추진 전략 없이 던진 정책은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다. ‘4대 개혁’(연금·의료·노동·교육) 추진을 강조했지만 사회적 숙의 없는 개혁 논의는 공허했다.
공정·상식에 더해 국익과 실용도 국정 원칙으로 내세웠지만 이념에 치우친 외교와 좌충우돌 국정 운영에서 빛바랜 구호가 됐다. 나라 안팎의 여러 우려에도 한·미·일과 북·중·러의 진영 대결로 기운 외교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고, ‘강제동원’ 인정 없는 일본 정부의 사도광산 추도행사 등으로 ‘굴욕 외교’ 논란만 남았다.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 등 탄핵 추진, 예산 삭감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야당을 향해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이라고 적개심을 드러냈고,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그를 멈추기 위해 국회는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검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의 내란 혐의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는 윤 대통령의 12일 담화 직후 용산 대통령실 주변은 ‘탄핵 반대 화환’으로 가득 찼고, 8년 전의 그 ‘태극기’와 후예들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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