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종섭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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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 축소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이종섭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가 출국 11일 만인 21일 귀국했다. 야당은 이 사안을 “정권 차원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사 해임과 출국금지를 요구하는 등 공세를 폈다. 여당 일각에서도 “귀국은 사태 해결의 시발점”이라며 이 대사 사퇴 요구가 나왔다.

이 대사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저와 관련해 제기됐던 여러 의혹들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렸다”며 “(국내에) 체류하는 기간에 공수처와 일정 조율이 잘돼 조사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사 변호인은 기자들에게 “공수처에 모든 국내 일정을 공개하고 소환조사를 요청했다”고 알렸다.

이 대사가 귀국하자 정치권에선 비판이 들끓었다. 수사를 통해 의혹을 밝히는 게 사태의 본질이기에, 총선 앞 ‘위기 모면용 일시 귀국’으로 사태가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아침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이 대사 해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재명 대표는 광주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 대사는 국기문란 사건의 명백한 핵심 피의자”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이 대사를 해임하고 출국금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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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에서도 사퇴론이 나왔다.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종섭 대사의 귀국이 여론무마책이 아니라 사태 해결의 시발점임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즉시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철저하게 수사받아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도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사가 거취 문제로 고민한다면 스스로 결단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대사에 관련해선 공수처가 대답을 해야 한다”며 추가 조처에 선을 그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제 답은 공수처와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지, 정부와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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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이던 지난해 7월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망 사건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 보류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출국금지된 상태에서 지난 7일 공수처에 출석해 4시간 조사를 받았고, 이튿날 법무부는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10일 출국 직후 ‘도피성 출국’ 비판이 들끓고 여당에서도 조기 귀국 요구가 이어지자 이 대사는 ‘방산협력 관련 주요국 공관장 회의’(25일) 참석을 명분 삼아 귀국했다. 그는 4·10 총선 때까지 국내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