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정치개혁공동행동과 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 등이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선거제 개악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 위성정당 창당과 더불어민주당 병립형 회귀를 규탄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024정치개혁공동행동과 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 등이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선거제 개악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 위성정당 창당과 더불어민주당 병립형 회귀를 규탄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광고

오는 4월 총선에 적용할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좌고우면이 길어지면서, 정치권의 혼란과 갑론을박도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30일 “총선이 70여일 남았는데도 선거제를 못 정한 건 민주당 때문”(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 지도부 안에서조차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청래 최고위원 등 ‘병립형 회귀’를 주장해온 친이재명계 지도부 다수는 최근, 반대론자들의 비판을 의식해 지역주의 해소를 명분으로 ‘권역별 병립형’이라는 보완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민의를 왜곡 없이 반영하려면 ‘준연동형’ 유지 말곤 대안이 없다는 반박도 여전히 만만찮다.

지난해 선거제 개편을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에 참여했던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와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공론화 조사에 참여했던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에게 견해를 물었다.

1. 권역별 병립형, 지역주의 해소에 도움?

권역별 병립형은, 비례대표 의원을 뽑는 단위와 의석수 계산 방식을 합친 말이다. 우선 병립형은 각 정당이 정당 득표율대로 비례대표 47석을 나눠 갖는 제도로, 직전인 20대 국회 때까지 적용해왔다.

광고

아울러 지금까지는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전국구)로 해 정당마다 하나의 비례대표 후보 명부를 작성하고, 전체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이 명부의 순서대로 비례의원을 선출해왔다. 그런데 민주당 일부가 주장하는 ‘권역별’은 선거구를 수도권(서울·인천·경기)과 중부권(강원·대구·경북·충청), 남부권(호남·부산·울산·경남·제주) 3개로 나눠 각각 후보 명부를 만들고, 해당 권역별 정당 득표율로 비례대표를 뽑자는 제도다. 만약 어떤 정당의 득표율이 특정 지역에서만 높다면, 이 당은 현행 전국구보단 권역별 비례제를 실시할 때 원내 진출 가능성이 커진다.

정청래 최고위원 등은 병립형으로 되돌아가더라도 권역별이라는 장치를 둔다면 지역주의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근거는 호남과 부산·울산·경남을 같은 권역으로 묶는 ‘남부권’이다.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하면, 각각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부·울·경과 호남에서 상대 당을 찍은 유권자의 표가 ‘사표’가 되는 것을 막고, 상대적으로 고르게 두 당이 비례대표를 당선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광고
광고

하지만 김형철 교수는 “영호남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는다고 해서, 유권자들의 투표 경향 자체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며 “전국적인 지역주의 구도가 권역별 지역주의 구도로 단순하게 전환될 뿐”이라며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2. 지역구·비례 같이 출마하는 ‘이중등록제’는?

민주당 지도부는 권역별 비례제와 함께 ‘이중등록제’도 지역주의 해소 방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로 동시에 출마하도록 해, 지역구 선거에서 낙선할 경우 비례 의원이 될 기회를 주는 제도다. 가령, 민주당이 대구 선거에서 떨어진 후보를 비례대표로 배려해주는 식이다. 지병근 교수는 이 역시 “구제받는 의석수가 한두 석에 그칠 텐데, 그걸로 지역주의를 해소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고

한편, 민주당 내 ‘준연동형파’와 정의당 등은 권역별 비례제가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 문턱을 높여, 정당 다양성을 오히려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비례 의석 47개를 3개 권역에 10여개씩 배분하면, 각 권역에서 1석이라도 얻는 데 필요한 최소 정당득표율이 6~8%대가 된다. 지금은 정당 득표율 3% 이상이면 비례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는데, 이보다 두배 이상 더 표를 얻어야 한다는 얘기다.

비례대표제 주요 쟁점과 전문가 견해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비례대표제 주요 쟁점과 전문가 견해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3. 준연동형, 민의가 더 반영되는 제도인가?

준연동형제 유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이 제도가 병립형이나 권역별 병립형보다 민의를 더 잘 반영한다고 설명한다. 국회의원 전체 의석 300석을 정당 득표율대로 배분해 우선 각 당이 몇석을 차지해야 하는지 결정한 뒤, 지역구(253석)에서 얻은 의석이 그보다 모자라면 비례 의석으로 채워주는 원리 때문이다.

하지만 하상응 교수는 “권역별 병립형으로 회귀하겠다는 것은 분명한 퇴행”이라면서도 “현행 준연동형은 정당이 받은 표만큼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을 지킨다는 의미는 있지만, 비례대표 의석이 100석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4. 야권 비례연합정당, 민주당의 위성정당?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나 ‘개혁연합신당’, 시민사회 등 야권에는 준연동형 유지를 전제로 ‘비례연합정당’을 꾸려 4월 총선에 야권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흐름도 존재한다. ‘반윤석열·진보적 가치연대’를 바탕으로 비례 후보를 공동으로 내어, 야권 분열을 막으면서도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위성정당의 재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광고

하상응 교수는 “비례 후보 공천을 위한 별도의 조직을 만들고, 여기에 민주당이 합류한다면 위성정당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형철 교수 역시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의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과 유사한 형태”라고 봤다.

다만, 민주당이 비례 후보를 최소화할 경우 ‘연합정치’라는 대의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지병근 교수는 “야권 연합 차원에서, 위성정당을 만들더라도 민주당이 의석을 다른 소수 정당에 상당 부분 양보해 성공적으로 개혁연합을 꾸린다면 (좋게) 평가해줄 수도 있다”며 “의석수 몇 개에 연연하기보다는 선거제 개혁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연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