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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24일 천안함 침몰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표현으로 시작했다. 그러곤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며 “나는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해 단호하게 조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천안함 이전과 이후의 한반도가 달라져야 한다”며 “북한도 변해야 우리의 대응도 달라질 것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상징하는 말”이라고 풀이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컴퓨터에 깔린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지우고 새로 깐다는 뜻의) ‘리셋’에 비유했다. 1988년 노태우 정부의 ‘7·7 특별선언’ 발표 이래 22년간 지속돼온 남북 교류협력관계를 사실상 모두 폐기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뜻이다.

실제 이 대통령과 외교통상·국방·통일부가 이날 발표한 대북 조처는 ‘남북 군사적 충돌도 불사하는 초강경 대북 압박’이라고 할 수 있다. 개성공단 사업과 북쪽 영·유아 지원을 뺀 모든 남북 교류·교역의 중단, 북한 상선의 남쪽 해역 운항 금지, 무력 침범 시 군사적 자위권 행사 등 독자적 또는 국제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들을 꺼냈다.

이 대통령이 이날 북한에 내건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도 매우 강경하다. 이 대통령은 북한 당국에 천안함 관련 사과와 관련자 즉각 처벌을 요구하며 “북한이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기본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의 사과와 관련자 처벌은 최소한의 조건”이라며 “기존에 우리가 북쪽에 요구해온 핵폐기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개방에 나설 때까지 대북 제재조처들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북한이 굴복할 때까지’ 대북 제재조처를 지속하겠다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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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이 이처럼 초강경 대북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단기적 대응 차원뿐만 아니라 대북 정책의 전면적 변화를 의미한다. 전면적인 압박과 봉쇄 정책 등 충격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북 강경정책이 국내적으로 손해볼 게 없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남북관계사에 비춰 볼 때, 정부의 이런 대북 조처에 북한이 순순히 굽히고 들어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북쪽의 맞대응이 불을 보듯 뻔해 남북간 우발적인 군사충돌 위험이 크게 높아져 한반도가 동북아의 ‘위험지대’로 전락할 가능성이 짙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앞으로 한-미 동맹 기조를 강화하겠지만, 그만큼 한-중 관계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외국인 투자가 위축되고, 한-중 관계 악화로 한-중 무역에도 차질이 생겨 경제에 악영향이 초래될 수 있다. 전직 고위 인사는 “정부 조처는 북한을 굴복시키기는커녕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북한의 대중국 의존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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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말고는 사실상 사업할 곳이 없는, 수백곳에 이르는 영세 대북교역업체 등의 처지를 들어 정부의 대북 압박이 결과적으로 자해적 조처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북쪽을 아프게 하겠다는 조처가 오히려 남쪽의 영세·중소 기업인들을 더 아프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정치·사회적 여파에 주목하는 견해도 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9·11’ 직후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네오콘 성향으로 밀고 갔듯이 이명박 정부도 ‘천안함 이후’라는 군사·안보 논리로 국내 상황도 관리하려 할 수 있다”며 “한국 사회의 분열과 불신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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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범 이제훈 기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