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내부 갈등의 핵심 고리로 여겨졌던 이재오 최고위원이 8일 전격 사퇴함으로써, 한나라당 내분이 새로운 기로에 섰다.
“백의종군”=이날 이 최고위원은 측근인 진수희 의원을 통해 발표한 사퇴 성명서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정권교체의 장정에 한 점 흐트러짐이 없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있어서 단 한 사람이라도 불편함이 있고 단 한 표라도 망설여진다면 저는 그 한 표를 위해서 절박한 심정으로 저 자신을 버리겠다”며 “박근혜 전 대표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각급 필승결의대회에 흔쾌한 마음으로 참여해주셨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 최고위원은 당분간 지역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그의 측근들은 “서울이 아닌 지역을 돌면서 당협위원장들을 격려하는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6·3동지회 회장인 이 최고위원이 외곽 지원 조직을 추스르는 일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후보 쪽에서는 이 최고위원이 그동안 이 후보의 ‘방패’를 자임하고 실무자들을 독려하는 좌장 노릇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 구실을 대체할 사람이 없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진정성 없다”=이 최고위원이 사퇴했는데도 박 전 대표 쪽 의원들의 격앙된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김무성 최고위원을 비롯해 유승민·최경환·이혜훈·허태열·유정복 의원 등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연합뉴스>가 보도한 이 최고위원의 ‘국민에게 드리는 글’ 초벌 원고를 보고 분노했다고 전해졌다. 초고엔 박 전 대표 쪽을 향해 “당내 권력투쟁에 골몰하는 모습을 그만둬야 한다”,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아 상근도 하며 필승결의대회에 흔쾌히 참석해달라”는 등의 표현이 나온다. 상대방을 자극할 소지가 있는 이러한 문구는 이후 진수희 의원이 발표한 성명문엔 빠졌다.
이 최고위원 사퇴를 앞장서 요구했던 유승민 의원은 회동 직후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박 전 대표를 겨냥해 당내 권력투쟁에 골몰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사과와 사퇴의 진정성이 없음을 스스로 보여준 것이고, 당 화합을 위한 사퇴가 아니라 마치 권력 투쟁의 희생양인 양 착각하는 이 의원의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 사퇴 이후 박 전 대표의 의중은 당장 12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인 대구·경북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할 여부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참석 여부에 대해 “아직 계획이 없다. 다른 약속이 있는 걸로 안다”고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재선 의원은 “이번 주말과 다음 주초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주현 황준범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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