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마지막 증인신문에서도 12·3 내란 사태의 책임을 부하들에게 떠넘겼다.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의 위치추적 요청에 대해 “수사에 대한 개념이 없다 보니” 벌어진 일이라고 하는가 하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 대해 “대통령의 체포 지시라고 연계해 내란·탄핵에 공작한 게 문제”라고 했다. 모든 증거는 윤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임을 가리키는데도, 끝까지 비루한 모습이다. 비상계엄 해제 후 “탄핵이든 수사든 당당하게 받겠다”고 큰소리쳤던 것은 만용이었나.
윤 대통령은 이날 홍 전 차장 증인신문 뒤 발언권을 얻어 홍 전 차장을 비난했다. 비상계엄 선포 뒤 격려 전화를 한 것을 홍 전 차장이 “체포 지시로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체포 지시’ 증언은 홍 전 차장 외에도 여러 증인들이 있는데 무슨 궤변인가. 그는 자신에게 불리한 사안은 철저하게 방어했다. 앞서 김건희 여사가 비상계엄 전날 조태용 국정원장과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들통난 것에 대해 “휴대전화를 다 없애버려 통화 내용이 어떤 건지 나도 궁금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 파면 사유는 이날도 추가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비상계엄이 반나절이면 해제될 것이라고 윤 대통령이 말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들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야당 경고용’으로 반나절만 계엄을 하려고 했다는 윤 대통령 주장과 배치된다. 한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에 대해서도 “통상의 국무회의가 아니었다” “절차적, 실체적 결함이 있었다”고 했다. 이 역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쳤다는 윤 대통령 주장에 반한다. 총리조차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을 예견한 듯 윤 대통령은 한 총리 신문 직전에 자리를 떴다.
이날까지 10차례 변론기일이 진행되는 동안 윤 대통령은 “호수 위 달그림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의원이 아니라 요원” 등 억지 주장을 늘어놓거나, 탄핵심판의 절차적 측면만 부각하며 본질을 흐리려고 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 등 헌법재판관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헌재의 공정성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다.
이미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침탈하고 경찰이 봉쇄하는 생생한 현장을 온 국민이 지켜봤다. 헌재 탄핵심판에서도 이젠 더 이상 확인할 게 없을 정도로 윤 대통령의 파면 사유는 차고 넘친다. 헌재는 나라와 국민을 살리기 위해 만장일치로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