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9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총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9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총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막말’로 물의를 빚은 후보들의 공천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공천을 앞두고 ‘막말 전력을 살피겠다’며 큰소리치더니, 막상 인터넷 검색만 해도 쉽게 알 수 있는 발언조차 걸러내지 못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6일 ‘난교’ 발언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의 부산 수영 공천을 취소했다. 그의 과거 발언이 “국민 정서에 반하고, 공직 후보자로서 부적절”하다는 이유다. 장 전 최고위원은 과거 페이스북에 ‘난교를 즐겨도 맡은 직무에서 전문성을 보이면 존경받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취지의 글을 쓰고, “(서울시민들의) 시민의식과 교양 수준이 일본인의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싶다”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이 잇따라 공개돼 입길에 올랐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14일 밤, ‘북한군 개입설’ 등을 언급하며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도태우 변호사의 대구 중·남 공천을 취소했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같은 날 목함지뢰 피해 군인을 조롱한 정봉주 전 의원의 서울 강북을 공천을 철회했다. 후보들의 막말 파장이 전체 총선 구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과거 총선에서도 후보들의 막말은 총선판을 뒤흔드는 악재로 작용해왔다. 특히 정치 양극화 심화로 정치인들의 극단적 발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여야 지도부는 앞다퉈 공천 심사 과정에서 막말 정치인을 걸러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장예찬 전 최고위원의 경우 이미 지난해 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막말 논란이 불거진 바 있고, 도태우 변호사와 정봉주 전 의원은 각각 극우적 발언과 거친 언사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간단한 검색만으로 파악할 수 있는 발언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은 도 변호사가 “진정성 있게 사과했다”며 공천을 유지했다가 역풍을 맞았고, 민주당도 정 전 의원을 “과거의 일”(이재명 대표)이라고 감쌌다가 여론의 비판에 입장을 선회했다. 여야 지도부의 인식이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여야는 그간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지만, 양당의 친윤석열·친이재명 불패 기조 속에 ‘내 편 감싸기’ 기류가 졸속 검증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일제강점기가 더 살기 좋았다”(조수연 국민의힘 후보), “노무현 불량품”(양문석 민주당 후보) 발언은 지금도 논란이 진행 중이다. 여야는 ‘시스템 공천’ 운운할 것이 아니라 부실 검증을 반성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