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록삼 | 언론인
12월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내란 폭동은 43일 만인 1월15일 오전 체포영장 집행으로 일단락됐다. 문을 부수고 총을 쏴서라도 봉쇄하고자 했던 국회에서 자신의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뒤 보여준 대통령의 모습은 ‘목불인견’, 그야말로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지경이었다. 한남동 집 안에 똬리를 튼 채 적법한 법 집행 앞에 삼중 사중으로 차벽을 만들고, 칼날 철조망으로 막아서고, 경호처 공무원들을 방패 삼았다. 헌정사상 유례없이 법과 질서를 형해화시킨 대통령의 모습으로 대한민국은 대혼돈의 소용돌이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혼돈은 정치해야 할 때 정치를 하지 않은 채 비뚤어진 법을 강조한 잘못에서 비롯했고, 법질서를 바로 세워야 할 때 오히려 비루한 정치를 한 잘못에서 부풀려졌다.
총선을 통해 야당이 의회 제1당이 된 것은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었다. 고통스러웠겠지만 여소야대는 대통령으로서 그가 맞닥뜨린 현실이었다. 처지와 실정에 맞춰 야당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며 자신의 국정 목표와 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정치적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책무였다.
그럼에도 그는 정치의 책무를 내팽개쳤다. 야당과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를 사법적으로 몰아세웠고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법안 거부권을 남발했다. 그리고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하더니 국회 시정연설까지 거부했다. 그 대신 선거 부정과 ‘의회독재’, 반국가세력이라는 독선과 망상의 세계를 차곡차곡 구축하며 헌법과 법률을 무너뜨리고 헌정 질서 자체를 타도하겠다는 계획을 꾸며냈다. 많은 이들이 정치와 정치인을 냉소하고 조롱하지만 대의민주제 정치에는 명확한 역할이 있다.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고 중재하며 다양한 사회적 이해관계의 충돌 상황에서 타협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에 기반해 정책을 수립하고 국가의 궁극적 과제를 설정해야 한다. 대통령은 그중 가장 큰 역할의 정치인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헌법과 법률이 내동댕이쳐진 지경에 이르러 필요한 것은 어설픈 구태적 정치가 아니다. 헌정 질서를 회복하려는 입법부·사법부·행정부를 비롯한 사회 전체의 노력이 긴요하다. 그런데 얄궂다. 정치를 하지 않아야 할 때 정치가 횡행했다. 그것도 정치인도 아닌 총리와 부총리, 관료들이 사법시스템을 부정하면서 정치를 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총리는 헌법재판관 임명에서 법에도 없는 여야 합의를 들먹이다 탄핵소추 당했고, 뒤이어 권한대행을 맡은 경제부총리는 무책임한 양비론으로 법 집행을 무력화하는 세력들에 침묵으로 동조했다. 급기야 대통령은 체포되는 순간까지 일부 극우 지지자들을 향해 “법이 모두 무너졌다”는 궤변의 영상 메시지를 남기며 우스꽝스럽고 비루한 정치 행태를 멈추지 않았다.
정치의 역할을 방기하고 앙상한 법치를 내세우던 이가 이제는 법질서를 정면으로 훼손하고 퇴행과 반동의 정치 역할 뒤에 숨으니 한국 사회의 대립과 갈등이 막장으로 치닫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자신이 흩뿌려놓은 비상식과 불공정, 위헌·위법 흔적들의 활약을 보며 대통령은 한남동 집을 요새 삼고, 무장한 경호원을 사병 삼고, 일부 극우 지지자들을 여론전 졸개로 삼았다. 그렇게 ‘남미 마약 갱단’처럼 공권력과 맞섰다. 이러한 막장 대립 갈등 조장은 계엄령 내란 폭동보다 더 큰 생채기를 남기며 우리 사회를 쉬이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몰아넣었음이 분명하다.
정치권력을 사유화한 채 취생몽사의 나날을 보낸 이의 말로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체포 이후 구속과 탄핵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를 통해 헌법과 법률의 지엄함을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현재진행형이고 그 이후에도 있다. 무너진 정치의 역할과 책임을 복원하고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될 일이기도 하다.
얼마 전 본 영화 ‘시빌 워’처럼 미국 내에서 서로 군대를 꾸려 전쟁하는 장면이 우리의 현실이 되지 않아 다행이다. 다만, 총을 들지 않았을 뿐 한남동 앞에서 응원봉과 성조기·태극기를 들고 ‘탄핵 찬반’으로 맞서던 모습이 이어지고, 이에 편승하는 정치가 계속된다면 한국 사회는 여전히 내란의 혼돈에 머물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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