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5년 대왕고래 구조에 대한 탐사·시추 작업을 벌인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 모습. 한국석유공사 제공
지난 2025년 대왕고래 구조에 대한 탐사·시추 작업을 벌인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 모습. 한국석유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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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석유시추선에서 거대 생물과 싸우는 영화 ‘제7광구’가 히트해 일본보다 이 문제에 인지도가 꽤 높습니다.”

지난해 3월 일본 중의원(하원) 외무위원회. 스즈키 요스케 의원은 반세기 전 한·일 정부가 나란히 ‘산유국의 꿈’을 품고 공동 석유 개발에 나섰던 ‘제7광구’ 얘기를 꺼냈다. 그는 “일본이 올해(2025년) 6월부터 제7광구에 대한 한·일 공동개발협정 폐기(통지)를 할 수 있지만, 한국에선 이를 연장하려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느낌”이라며 “특히 한국은 제7광구 개발에 기대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쪽 인사는 “지난해 한·일 공동개발협정 협의에서 향후 긴밀한 의사소통을 하기로 합의했다”면서도 “더 자세한 내용은 외교 사안”이라고 입을 닫았다.

제주에서 남쪽으로 200㎞ 떨어진 해저 ‘대륙붕 제7광구’에는 한·일이 공동개발 가능한 석유 매장 추정지가 잠들어 있다. 규모가 남한 면적의 약 80%(8만2천㎢)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2004년 미국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의 제7광구 관련 보고서 등을 근거로 잠재 매장 가치가 9천조원에 이를 것이란 장밋빛 기대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오는 22일이면 이 해역을 놓고 양국이 1970년대 체결한 공동개발협정 종료가 2년 앞으로 다가온다. 한·일은 협정 만료 3년 전부터 어느 쪽이든 종료 의사를 통보하면 2028년 효력이 종료되도록 했다. 이미 지난해 6월22일부터 양국 누구든 ‘2028년 이후 협정을 연장하지 않는다’고 사전 고지할 수 있는 상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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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반도 산유국의 꿈’을 상징하던 ‘7광구’를 놓고 복잡해진 지정학적 환경 속에 일본은 물론 중국까지 일부 관할권을 주장하는 등 잠재적 분쟁 수역화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7광구의 시작은 1968년 유엔(UN) 아시아극동경제위원회의 ‘동중국해 및 황해 지질구조와 수리지질학적 특성’에 관한 기술 문서, 이른바 ‘에머리 보고서’였다. 케네스 에머리 위원회 특별고문이 주도한 보고서는 “대만(타이완)에서 일본 오키나와에 이르는 동중국해가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석유 부존 지역의 하나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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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아직 ‘소유권’이 확실하지 않았던 이 해저 지역의 관할권 확보가 급선무였다. 한국은 자국 땅과 이어진 대륙붕을 해저 영토로 취급한다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자연 연장론’을 앞세웠다. 이를 근거로 1970년 ‘해저광물자원개발법’을 제정하고, 제주도 서·남쪽 대륙붕을 7개 해저 광구로 나눈 뒤 주요 석유 매장 추정지를 ‘7광구’로 설정했다. 반면 일본은 대륙붕 경계를 양국 해안선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선을 그어 정하는 ‘중간선 원칙’을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은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영유권 문제를 일단 제쳐둔 채 1974년 제7광구 대부분과 인근 해역을 한·일 공동개발구역(JDZ: Joint Development Zone)으로 정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한국 국회의 비준동의안을 보면, “한·일 주권 권리가 중복된다고 주장되는 구역을 분할해 공동개발하고 생산물과 비용은 양국 조광권자들이 절반씩 나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게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협정(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양국에 인접한 대륙붕 남부구역 공동개발에 관한 협정)이 1978년 6월22일 발효됐다. 이후 한국에선 1980년 가수 정난이가 “온누리의 작은 꿈이/ 너를 찾는다/ 제7광구 검은 진주”라는 노래 ‘제7광구’를 내놓는 등 국민적 관심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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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한·일 첫 공동 탐사·시추가 이뤄졌지만 이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게다가 유전 가능성이 사라진 게 아닌데도 일본의 태도가 눈에 띄게 소극적으로 변했다. 한국 정부 단독으로는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애초 협정에서 “일방 요청이 있으면 양국이 이행을 협의해야 한다”(제29조)는 조항이 발목을 잡았다. 한·일 협약 체결 뒤, 국제해양법 기준이 ‘자연 연장론’에서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한 게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일본 정부는 배타적 경제수역 기준을 새로 적용하면 ‘제7광구’ 90%가량이 자국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최근 30여년간 일본이 자국의 신규 탐사권자 지정 등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한·일 공동개발 사업도 사실상 멈춰 선 상태다. 2024년 한·일 공동위원회 제6차 회의가 1985년 이후 39년 만에 열렸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문제는 오는 22일 공동개발협정 종료가 2년 앞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번 협정이 끝나면 제7광구를 둘러싸고 한·일뿐 아니라 중국까지 가세해 해저 자원 개발 행위가 난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세계적 기술과 자본을 갖춘 일본이 한국을 제쳐두고 독자 탐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중국은 자국 대륙붕이 한·일 공동개발구역에 포함된 만큼 과거 한·일 협정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중국은 이미 제7광구와 인접한 자국 내 동중국해 해역에서 가스전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한·일 협정이 종료되면, 중국과 일본의 무분별한 개발 행위가 난립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일본이 ‘협정 종료 통지’를 하지 않고 공동개발 상황을 이어갈 여지도 남아 있다. 당장 석유 매장 가능성만 갖고 대규모 개발에 나설 게 아닌데, 섣부른 결정으로 동중국해 자원 개발 문제에서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에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일본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는 “중국이 이미 유엔 대륙붕 한계 위원회(CLCS)에 오키나와 해구까지 자국의 관할권을 주장하는 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 일본이 협정을 파기할 경우, 중국이 더 강력한 관할권 주장 등의 행동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당시 일본 정부 쪽은 “현 단계에서 제7광구를 포함한 동중국해의 자원 개발에 명확하게 답하기 어렵다”면서도 “한국과는 의사소통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답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공동개발협정뿐 아니라 해양 안보를 둘러싼 전략적 문제까지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체제 종료 대비 방안’ 보고서는 “아직 한국이 향후 협정 처리나 동중국해 미래를 결정하는 주도적인 위치에 설 여지가 있다”며 일본이 주장하는 대륙붕의 ‘거리 기준 우위론’에 지속적 반대 입장 견지와 한국 단독 탐사·개발 등 모든 가능성을 고려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