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에서 통행이 사실상 봉쇄되자 10일 해협의 서쪽 오만만의 무스카트에서 한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에서 통행이 사실상 봉쇄되자 10일 해협의 서쪽 오만만의 무스카트에서 한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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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원유 공급의 ‘동맥’인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전면 봉쇄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호르무즈해협을 지키는 데 체제의 존망이 걸렸다고 보는 이란과 이를 풀어 주저앉히려는 미국의 의지가 부닥치고 있어, 대규모 군사 충돌이 우려된다.

호르무즈해협 주변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았던 때는 1988년 4월14일이다. 당시 이란이 설치한 기뢰로 미 해군 프리깃함 새뮤얼 로버츠호가 침몰을 간신히 면하는 치명적 손상을 입었다. 나흘 뒤인 18일 미 해군은 이란 해군력에 대대적인 보복을 가하는 ‘사마귀 작전’을 폈다. 당시 이란 해군의 지휘 거점이던 해상유전 플랫폼 2곳과 프리깃함 2척, 다수의 고속정·소형함들이 파괴됐다.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라는 이 해전에서 미 해군은 이란 해군력의 절반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해전은 호르무즈해협의 병목 지대를 피해 벌어졌고, 작전도 하루 만에 종료됐다. 호르무즈해협은 살얼음판의 위기 속에서도 봉쇄되지 않았다.

1980~88년 진행된 이란-이라크 전쟁 때도 양국은 유조선을 서로 공격하며 해협의 상선 통행을 크게 위축시켰지만 봉쇄하지는 않았다. 두 나라 모두 해협을 활용한 석유 판매가 전쟁이나 국가 재정에 결정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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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이 흐른 현재,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으로 시작한 전쟁은 사상 처음으로 호르무즈 병목 지대에서 전면전의 위기를 조성했다. 체제가 무너질 위기에 내몰린 이란은 경제적 피해와 국제적 비난을 무릅쓰고 해협 봉쇄에 나섰다.

현재 동지중해와 아라비아해에 배치된 항공모함 등 미 해군력이 호르무즈해협에 진입하는 순간 상황이 임계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고지도자를 잃고, 열흘 넘게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을 받고 있는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지키는 데 국가의 사활이 걸렸다고 보고 반격 채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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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기뢰뿐만 아니라 대함 미사일, 자폭 드론, 다수의 고속정과 소형 잠수함 등 좁은 해협 지형에 최적화된 비대칭적 군사전략 능력을 총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기뢰를 부설했다고 발표하면, 미국은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함을 투입해야 한다. 소해함 투입과 그 작업은 적의 공격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런 이란의 군사력을 제압하고 해협을 통제하려면 상당한 피해를 감수한 채 대규모 해상·공중전을 상당 기간 동안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는 더욱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