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적인 사회 참여로 유명한 미국의 아이스크림 회사인 벤앤제리스의 공동 창업자가 팔레스타인 지지 문제를 놓고 현 소유주와 다투다가 회사를 떠났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제리 그린필드는 17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에 벤앤제리스가 사업의 핵심인 사회 문제에 대한 발언이 더이상 허용되지 않아서 회사를 떠난다고 밝혔다. 그는 “벤앤제리스는 권력을 가진 이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두려움에 침묵당하고 방관당해 왔다”고 적었다.
그린필드는 오랜 친구인 벤 코언과 함께 1978년 벤앤제리스를 창업해, 미국 최고의 아이스크림 회사로 성장시켰다. 또한, 회사를 진보적인 사회활동에 참여시켜왔다. 벤앤제리스는 지난 2000년 다국적 식품회사인 유니레버에 인수됐으나, 회사의 진보적인 사회참여 활동 권리는 보유하는 조건을 달았다.
벤앤제리스는 그동안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 활동과 기여는 물론이고, 성소수자 권리 및 팔레스타인 주민을 위한 사회 참여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하지만, 지난 2023년 10월 7일 가자 전쟁 발발 이후 벤앤제리스 이사회와 모기업인 유니레버는 대립해왔다. 올해 초 벤앤제리스의 이사회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군사 작전이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이라고 비판하자, 유니레버는 과도한 정치 개입이고 모기업을 곤란한 처지에 빠뜨리는 행위라고 반대했다.
유니레버는 아이스크림 사업인 ‘매그넘 아이스크림’에 벤앤제리스를 합병해서 별도의 새로운 법인으로 상장할 계획이다. 그린필드는 벤앤제리스가 별도의 법인으로 만들어지면, 기존의 독립적 이사회가 무력화되고 사회참여 활동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회사를 떠난다고 발표한 것이다.
다른 공동 창업자인 벤 코언은 이날 “그린필드가 떠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며 “유니레버와의 분쟁은 그를 갈기갈기 찢어놓아서 그는 떠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코언은 자신은 남아서 벤앤제리스의 정신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코언은 “내 가슴은 나에게 벤앤제리스의 독립을 위해 일하라고 요구한다”며 “제리가 이 브랜드를 만들었고, 벤앤제리스가 그 가치를 진정으로 유지하는 한 제리는 정신적으로 그 일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벤 코언은 지난 주 이 회사의 투자자 설명회 장소 밖에서 브랜드의 독립성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매그넘 아이스크림 쪽은 성명에서 “우리는 제리 그린필드의 관점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도 “우리는 벤앤제리스의 강력한 가치 지향 입장을 어떻게 강화할지를 놓고 두 창업자와 건설적인 대화를 해왔다”고 밝혔다.
유니레버 쪽은 벤앤제리스의 사회적 사명을 지지하려고 이사회와 20년 동안 일해왔으나 최근 몇년 동안 벤엔제리스 이사회가 “일방적이고, 매우 논란이 많고, 양극화된 의제”들을 옹호해서 유니레버와 벤앤제리스, 그리고 그 직원들을 위기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