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최고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외국 국적으로 처음 받았던 재일동포 소설가 이회성씨가 지난 5일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89.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씨가 지난 5일 도쿄 한 병원에서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14일 전했다. 고인은 1935년 사할린에서 태어났다. 2차 대전에서 일본이 패배해 사할린섬 전체가 러시아 영토가 된 이후 홋카이도 삿포로에 이주해 정착했다. 와세다대학을 졸업한 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1969년 ‘또 다시 이길’로 군조 신인문학상을 받아 소설가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어 1972년 단편소설 ‘다듬이질하는 여인’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일본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35년 만들어진 아쿠타가와상은 나오키상과 함께 일본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의 하나로 꼽힌다. ‘다듬이질하는 여인’은 일제강점기 돈을 벌기 위해 조선을 떠나 사할린에서 삶을 택한 어머니 ‘장술이’를 아들 ‘죠죠’가 회상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식민지 역사를 배경으로 살기위해 고향을 떠나야 했던 개인을 주제로 한 ‘디아스포라’(고향 상실) 문학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또다른 대표작인 ‘이루지 못한 꿈’(전 6권)에서는 남북으로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위해 투쟁하는 이들의 삶을 그렸다. 1994년에는 ‘백년 동안의 나그네’로 일본에서 노마문학상을 받았다. 일본 문학평론가 가와무라 미나토는 이날 요미우리신문에 “재일 작가로서 ‘북’도 ‘남’도 아닌 평생 나그네의 입장으로 글을 써왔다”며 “고향에 얽매이지 않고 유랑하는 인간으로서 세상을 바라봤다”고 짚었다. 아사히신문은 그가 “재일 문학”을 확립했다고 평가했다.
창작 외에 시인 김지하의 작품집 ‘불귀’의 번역 작업도 맡았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 당시 김지하가 투옥되자 오에 겐자부로 등과 함께 도쿄에서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글쓰기 작업 대신 민중극 공연에 열중했다. 1987년 재일 문예지 ‘민도’를 창간해 옛 한국 문화를 되살리는 데 힘썼다. 일본에서 조선적을 유지했던 고인은 한국의 민주화가 진전된 이후인 1998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교도통신은 “고인이 2020년 글쓰기를 시작한 대작 ‘지상생활자’를 2020년 6부까지 출간한 뒤, 다시 7부 집필 의지를 밝혀 왔다”며 “재일동포라는 출신을 깊이 파고 들어가 일본 문학의 틀에서 벗어난 세계문학을 만들어냈다”고 고인을 기억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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