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헤센주의 카셀주립대가 총학생회 주도로 대학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기습 철거했다. 철거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철거 압박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카셀대 총학생회는 9일(현지시각)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우리도 모르게 평화의 소녀상이 이른 아침 대학에서 철거됐다. 곧 학생회가 성명서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카셀대는 같은 날 공식 누리집에 “2022년 카셀대 총학생회가 학생회관 앞에 세운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대학의 허가가 한시적으로 체결됐고 이미 몇 달 연장됐으나 만료됐다”며 소녀상이 철거됐고 소유주인 코리아협의회가 찾아갈 때까지 학교가 보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술품을 영구 전시하려면 해당 프로젝트가 교육, 학술연구와 지속해서 병행돼야 하고, 설치 장소가 프로젝트와 내용적으로 관련성이 있는 경우라야 한다는 게 학교 쪽의 주장이다.
이 소녀상은 지난해 7월 카셀대 총학생회 주도로 설치됐다. 소녀상이 독일 대학 캠퍼스 안에 설치됐던 것은 처음이었다. 학생회는 ‘카셀 도큐멘타’라는 국제현대미술축제에 맞춰 설치를 기획했고, 한국 관련 독일단체 코리아협의회가 소녀상 조각가 김운성·김서경 작가에게 기증받아 카셀대 총학생회에 소녀상을 영구 대여했다. 소녀상은 대학의 공식 허가를 거쳐 7월8일 세워졌다.
10일 정의기억연대는 보도자료를 내어 소녀상 철거 배경에 일본 정부의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일본 정부를 규탄한다”는 입장을 냈다. 정의기억연대는 “학생회가 소녀상 영구 존치 결의안까지 통과시켰는데 설치 직후 일본의 철거 압박이 있었다”라며 “소녀상이 설치된 뒤 3일 만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일본 총영사가 카셀대 총장을 만나 ‘소녀상이 반일 감정을 조장해 카셀 지역의 평화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철거를 요청했다고 한다. 당시 대학은 일본의 우려를 총학생회에 전달해주는 정도로 대응했지만 이후 업무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지속적인 일본 총영사의 방문과 극우 및 일본 시민의 악성 메일에 시달렸다고 한다. 결국 (카셀대가) 일본 정부의 다양한 압박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코리아협의회는 기습적인 소녀상 철거에 항의하기 위해 조만간 카셀대에서 대규모 규탄행사에 나설 계획이다.
베를린/ 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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