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한국의 통상 공약 이행과 관련해 미국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메시지를 면담에 앞서 전달했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이 ‘사전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읽힌다. 조 장관은 미국의 관세 재인상 움직임과 관련해 대미투자특별법안 처리 지연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며, 한국이 고의로 입법을 지연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미국 쪽에 적극 해명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5일(현지시각) 워싱턴 주미한국대사관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만나 “이 같은 분위기가 한-미 관계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외교 당국 간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언급이 있었다”며 루비오 장관과의 회담 내용을 전했다. 조 장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회담 시작에 앞서 “한-미 관계가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통상 관련 공약 이행과 관련해 미국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점을 솔직하게 공유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우리 정부의 합의 이행 의지는 확고하며, 일부러 법안 처리를 늦추는 등 고의적인 지연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통상 합의 이행 지연으로 인한 부정적 기류가 안보 등 여타 분야 협력까지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루비오 장관 역시 이에 공감을 표하며 미 국무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에서 상황을 챙겨보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관세 압박의 핵심 고리로 ‘비관세 장벽’을 지목했다. 그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면담 내용을 전하며 “그리어 대표가 ‘한국이 투자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 관련 사안에서도 진전된 입장을 조속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일본이 비관세 장벽 해소와 관련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관세 인상 시점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이 고위 당국자는 “미국도 한국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지만, 의도적으로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한국의 조속한 조치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최근 미 하원이 조사에 나서며 논란이 된 ‘쿠팡 이슈’에 대해 이 당국자는 “로비에 의해 제기된 사안으로 외교 문제와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특정 기업이 미국에서 로비 활동을 벌이며 빚어진 일로 봐야 한다”며 “쿠팡 이슈가 한-미 외교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되, 개별 기업의 법적·절차적 문제는 분리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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