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 등을 경영하는 일론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등 공화당 후보들을 위해 2억7700만달러(약 3978억원)를 쓴 가운데 대선 이후 한 달여 사이에 그의 자산이 1700억달러(약 244조원) 이상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세계 최고 부자인 머스크의 자산 규모가 4420억달러(약 635조원)로 불어났으며, 올해 증가분 약 2천억달러 중 1700억달러 이상이 지난달 5일 대선 이후 발생한 것이라고 15일 보도했다. 앞서 블룸버그는 머스크가 사상 최초로 개인 자산 가치가 4천억달러를 돌파한 인물이 됐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선거운동이 막바지로 갈 무렵부터 트럼프의 유세에 동참하고, 거액을 후원하고, 유권자들을 상대로 추첨을 통해 돈을 뿌리는 등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올인’했다. 2020년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바 있는 그가 정치적으로 180도 바뀐 모습이었다. 머스크의 공로를 높이 산 트럼프는 당선 이후 그를 최측근으로 삼으면서 신설 조직인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으로 지명했다.
머스크의 자산 급증에는 전반적인 증시 활황세도 도움이 됐지만 그와 트럼프의 특별한 관계가 결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의 경우 올해 저점 대비 주가가 2배 이상 뛰면서 최고가 기록을 갈았다. 머스크가 만든 우주 개발 업체 스페이스엑스의 지분 평가액도 급등했다.
이런 배경에는 머스크와 트럼프의 관계와 함께 그가 정부효율부 수장으로서 규제 완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점이 있다. 머스크가 주력하는 자율주행차 사업은 규제 완화 여부가 돈벌이를 크게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14일 트럼프의 정권 인수팀이 운전자 보조 시스템 관련 사고에 대한 보고 의무를 완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머스크가 트럼프를 위해 쓴 돈을 대선 이후 그의 자산 가치 상승분과 대비하면 60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셈이 된다. 민주당 쪽은 머스크가 큰 사업 편의를 제공받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상원의원은 “터무니없는 이해 충돌”이 발생하고 있고, 이는 “정부의 효율성으로 가장한 특정 기업 살찌우기”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