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친화병원을 찾은 장애인들의 모습을 인공지능(AI) 퍼플렉시티가 그린 그림. 현재는 장애친화 의료기관의 세부 기능이 3개 이상 집적된 의료기관인 ‘장애친화병원’이 한 곳도 없지만, 보건복지부는 2030년까지 최소 8개 시도에서 장애친화병원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퍼플렉시티 그림.
장애인친화병원을 찾은 장애인들의 모습을 인공지능(AI) 퍼플렉시티가 그린 그림. 현재는 장애친화 의료기관의 세부 기능이 3개 이상 집적된 의료기관인 ‘장애친화병원’이 한 곳도 없지만, 보건복지부는 2030년까지 최소 8개 시도에서 장애친화병원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퍼플렉시티 그림.
광고

보건복지부가 지난 2월 말 ‘제1차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2026~2030)’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계획’은 장애인 의료접근성과 건강권 보장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5개년 로드맵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건강 격차를 실질적으로 줄이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의지를 담았다. 건강한겨레는 종합계획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 뒤 변화하는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현장’을 찾아 앞으로 다가올 장애인 건강보건관리의 변화를 살펴보는 2회 집중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종합계획은 2017년 12월 시행된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마련된 최초의 독립적·체계적 계획이다. 기존에는 장애인 건강 관련 정책이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이나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 등 다른 보건 · 복지 계획에 포함된 형태였지만, 이번에는 장애인 건강권 보장만을 목표로 한 종합적 청사진을 독자적으로 수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4대 분야 추진전략과 12대 주요 과제, 32개 세부과제로 구성된 이 계획은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며 관계 부처와 협력해 추진된다.

이번 계획의 핵심 목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건강 격차를 완화하는 것이다.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포용적 의료환경을 구현하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광고

현재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건강 실태에는 심각한 의료 불평등이 존재한다.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의 미충족 의료이용률은 17.3%로, 전체 인구 평균 5.3%의 약 3.3배에 달한다. 이는 장애인이 아플 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장애인에 비해 매우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애인들은 퇴원 이후에도 지역사회 정착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장애인의 연간 외래 이용일수는 35일로, 전체 인구(18.5일)의 약 2배에 해당한다. 입원일수는 더욱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데, 장애인은 연간 20.1일로 전체 인구(2.7일)의 약 7배에 달해 장기 입원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는 퇴원 후 지역사회에서 적절한 의료·돌봄 연계가 이뤄지지 않아 재입원과 장기 입원이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다.

광고
광고

보건복지부는 종합계획에 담긴 ‘4대 분야 추진전략’을 통해 이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의료 실태 차이점 해결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월 말 발표한 ‘제1차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2026~2030)’은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 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마련된 최초의 독립적·체계적 계획이다. 기존에는 장애인 건강 관련 정책이 장 애인정책종합계획이나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 등 다른 보건·복지 계획에 포함된 형태였지만, 이번에는 장애인 건강권 보장만을 목표로 한 종합적 청사진을 독자적으로 수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가 지난 2월 말 발표한 ‘제1차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2026~2030)’은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 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마련된 최초의 독립적·체계적 계획이다. 기존에는 장애인 건강 관련 정책이 장 애인정책종합계획이나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 등 다른 보건·복지 계획에 포함된 형태였지만, 이번에는 장애인 건강권 보장만을 목표로 한 종합적 청사진을 독자적으로 수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보건복지부 제공

1. 포용적 의료 이용 체계 구축

광고

장애인이 아플 때 불편함 없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장애친화병원 지정·확충’이다. 현재는 장애친화 의료기관의 세부 기능이 3개 이상 집적된 의료기관인 ‘장애친화병원’이 한 곳도 없지만, 내년(2027년)부터 4개 시도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최소 8개 시도에서 장애친화병원 운영을 목표로 한다.

의료기관의 ‘장애인 진료 환경 개선’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장애인 진료에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는 특성을 반영해, 적합한 건강보험 수가 모델을 연구·개발하고 늦어도 2028년까지 적용할 계획이다. 의료기관 인증 등 평가 기준에 장애인 진료 관련 지표 도입도 검토한다. 또한 의료인력의 장애 감수성 제고를 위해 장애인 당사자가 의료종사자 교육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장애인의 의료비 부담 완화도 적극 추진된다. 중증장애인 간병 지원을 위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의 간병 지원 인력 배치를 강화하고, 활동지원사의 동행도 검토한다. 중증질환 장애인을 위한 활동지원 이용 기준도 확대·개선하며, 중증와상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침대형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특별교통수단’ 도입을 지원한다.

광고

2. 퇴원 이후 삶의 회복 지원

퇴원 뒤 삶의 회복 지원을 위해 우선 재활의료기관 확충이 추진된다. 성인과 아동 모두를 아우르는 전문 재활의료기관을 대폭 늘린다는 것이다. 권역재활병원은 2025년 7곳에서 2027년 9곳 이상으로, 공공어린이재활의료기관은 2025년 10곳에서 2027년 13곳으로, 어린이재활의료기관은 2025년 39곳에서 2027년 최대 74곳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또한 ‘장애인 의료·요양 통합돌봄 사업’도 전국으로 확대된다. 이를 통해 퇴원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한다.

또한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지원’ 대상도 기존 시설 퇴소 장애인에서 병원 퇴원 장애인까지 확대하며, 중증장애인에게 24시간 간호·돌봄을 제공하는 ‘의료집중형 거주시설’도 추가로 확충한다. 신체기능이 저하돼 생활체육 참여가 어려운 장애인을 위한 재활운동 시범사업을 운영한 후 법령을 정비해 제도화할 예정이다.

3. ‘일상에서의 건강한 삶 유지’ 지원

장애인 건강주치의·건강검진 체계를 강화한다. 먼저 장애인 건강주치의 활성화를 위해 방문재활 서비스를 새롭게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 전국 30곳에 불과한 장애인 건강검진기관을 2030년까지 4배 정도인 112곳 이상으로 확대한다. 검진 유소견자에게는 건강주치의 연계와 주기적 건강상담 등 사후관리 서비스도 제공한다.

장애 특성을 고려한 건강관리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췌장 장애를 장애 유형으로 신설한 데 이어, 심장·호흡기·간 장애 등 소수 장애 유형의 등록 기준을 개선한다.

또한 발달지연 아동을 위해 올해 전국 17개 시도에 장애아동지원센터를 설치해 영유아기 조기 개입과 맞춤형 통합지원을 한다. 생애주기를 고려한 여성장애인 건강관리와 청각장애인을 위한 의료수어 표준화 등도 함께 추진한다.

4. ‘장애인 건강정책 추진 기반’ 강화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건강정책 추진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통계 및 데이터 개선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지역사회건강조사와 감염병 실태조사에 장애인 여부를 포함해 장애인 건강 관련 통계의 정확성을 높일 방침이다. 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한 장기 연구를 통해 장애인의 건강 변화를 심층 분석하고, 이를 근거로 한 정책 수립이 이뤄지도록 기반을 정비할 계획이다.

장애인에 대한 의료서비스 연계 자동화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신규 등록 장애인 정보를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에 자동 연계해 건강보건관리 서비스 제공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이를 통해 장애 등록 즉시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연계 체계를 구현한다.

복지부가 발표한 ‘제1차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의 건강권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체계적 책임을 지겠다는 선언이다. 장애친화병원 확충, 재활의료기관 증설, 건강검진 인프라 대폭 확대 등 구체적 수치와 일정을 제시한 만큼 계획의 실제 이행 여부와 예산 확보, 지자체와의 협력 체계 구축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